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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퀘어, 김정임
서울역에 도착해 마주하는 거대한 빌딩, 옛 대우센터빌딩은 서울의 첫 인상을 결정하던 상징적인 건물이다. 1970-80년대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의 이미지는 고도로 성장하는 한국 경제를 상징했다. 1977년 준공된 대우센터빌딩은 4만평 규모, 23층 높이로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매머드 오피스 센터로 꼽혔다. 당시 신문에서는 높이 118m의 대우센터빌딩이 삼일빌딩과 비슷한 높이이나 건축면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우그룹의 본사건물에서 소유주가 바뀐 후 대우센터빌딩은 2008년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2009년 서울스퀘어로 재탄생했다.
건축가 김정임이 설계한 서울스퀘어 리노베이션은 기존 대우센터빌딩이 갖는 역사적 상징성과 인지도의 강점, 외관 디자인의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부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엘리베이터 코어로 나뉘어있던 로비 공간의 위계를 없애고 새로운 곡면을 만들어내고 천정 디자인에 힘을 실어 로비를 도시 광장과 같이 활기찬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다. 특히 외관디자인의 경우, 상징적인 건축물의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고심했는데, 입면적이 넓은 건물 전면이 갖는 육중함을 줄이고 도시 환경에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서울캔버스’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4만 2천개의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설치해 줄리앙 오피의 “People walking”, 양만기의 “미메시스 스케이프” 등 다양한 영상 작품이 투영되는 미디어 캔버스를 만든 것이다.
외관뿐 아니라 실내에 비치된 론아라드의 “Desk and Sphere,” 배병우 작가의 “소나무” 등 수많은 예술작품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공간그룹의 창립자 김수근(1931~1986)선생의 지하아케이드 벽돌벽면과 북서측 선큰 정원도 보존하였으며, 이러한 시간의 흔적을 볼 수 있어 서울스퀘어의 예술적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서울스퀘어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친환경빌딩으로 거듭나, 국내 리노베이션 오피스빌딩 최초로 LEED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지난해 TV드라마 <미생>의 배경이 되어 직장인의 애환과 치열한 오피스 현장을 서울스퀘어의 곳곳에서 담아내면서 다시 한번 오피스 공간의 상징적인 배경이 되기도 했으며, 현재 서울시가 도시재생 차원에서 진행하는 7017프로젝트의 국제공모전 등으로 인하여 그 건축적 가치를 재조명 받고 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서울역 일대와 석양이 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서울스퀘어의 명소를 이번 오픈하우스서울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한다.
사진 박영채, 김용관
김정임
서로아키텍츠의 대표로 마스터플랜과 건축 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공간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스케일의 작업을 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서울스퀘어(구.대우빌딩) 리노베이션, 제일기획 본사 리뉴얼, 배재대 하워드관, 네티션닷컴사옥과 라테라스 한남, 삼성동 테이크원 빌딩 외 다수의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있다. 연세대학교에서 건축학부와 대학원을 마쳤으며 배재대 하워드관으로 2011년, 라테라스 한남으로 2013년 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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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사창, 가이드 이연경
번사창은 1884년(고종 21)에 건축된 기기국 무기고로, 1984년 해체, 보수공사 중 대들보에서 상량문이 발견되어 건물의 내력이 알려졌다.
조선 말기 군대의 근대화를 위해 근대화된 무기 제조와 군사훈련 제도를 마련하던 시기, 무기를 제작하던 기기국 소속의 검은 회색 벽돌로 벽을 쌓고 지붕은 맞배 지붕으로 올렸으며 문은 아치를 틀었다. 특히 건물에 붉은 벽돌로 견치형의 띠를 두르거나 측면문에 띠를 넣어 장식하였다. 벽돌과 목조 방식의 기붕이 결합한 독특한 건축 양식을 갖추고 있다. ‘번사’(飜莎)라는 말의 뜻은 흙으로 만든 주형에 금속용액을 부어 주조하는 것을 말한다.
일제시대 세균실험실로 쓰이다가 광복 후 중앙방역연구소, 정부 수립 후에는 국립사회복지연구원으로 쓰이다가 1970년 한국은행 소유로 되어 있으며, 1982년 서울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최근 금융연수원 부지조시 중 번사창과 길이와 폭이 같은 ‘쌍둥이’ 건물 터가 발굴되어 관련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제공
참고문헌 답사여행의 길잡이 15 - 서울, 초판 2004., 5쇄 2009., 돌베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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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집, SAAI건축
서울시 마을만들기 시범지역에 속한 부지에 지어진 연남동 어쩌다집은 9세대의 소규모 주거공간이 라운지, 동네 부엌, 수직골목의 공용공간으로 엮인 집이다. 건축가는 재료의 디테일보다는 공간 조직의 완성도에 집중해 주거 시장에서 보편화될 수 있는 1인 공동주거 유형을 제시하고자 했다.
건축주는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적당한 연대를 이루며 살기 위해 협동조합주택을 위해 리서치를 진행하고 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반응이 좋았지만 모인 사람들의 상황이 맞지 않아, 일반적인 개인투자를 통해 공유주택을 만들기로 했다. 설계과정은 더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공유주거 기획에 경험과 열정을 지닌 서울소셜스탠다드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고 여러 논의를 통해 법규가 허용하는 최대 바닥 면적을 확보하면서도 공간의 풍성함은 간직하고자 했다.
주변의 저층 주거와 어울리기 위해 집의 덩어리를 둘로 나누고 고즈넉한 동네 골목길을 연장하는 외부 계단을 통해 다양한 유형의 1인 가구 주거 형식을 공용공간(라운지, 동네부엌, 수직골목)과 함께 엮어내고자 했다.
2014년 8월 지인들과 SNS를 통해 소식을 접한 30여 명이 모여 입주설명회를 가졌는데,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연남동에 집을 짓고 있습니다. 가게와 사무실, 원룸과 셰어하우스, 복층주거가 골목과 마당, 라운지를 공유하는 집입니다. 모이고 공유하면 일상이 더 재미있고 풍요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어쩌다집’에 함께 살고 싶습니다.”라는 글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수익을 목적으로 집을 지은 것이 아니므로 임대료는 대지구입과 공사비를 위한 대출금의 이자를 갚을 수 있는 정도로 정했고, 각자 원하는 주거형식과 입주일을 기준으로 30, 40대의 디자이너, 편집자, 건축가, 한의사가 함께 살고 있다.
1층의 동네부엌은 어쩌다집 식구들과 이웃주민을 연결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도시형 장터 마르쉐 출점팀이 건강한 이탈리안 가정식과 카페 운영한다. 비가오면 계단에서 비를 맞고, 가게의 영업시간에는 외부계단을 통해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약속되어있다. 우연히 함께 살게 된 식구들은 친구와 이웃들을 초대해 2015년 4월25일에 오픈하우스를 열고 풍요로운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1인가구가 모여 혼자 살지 않는 집이 된 것이다.
글 SAAI건축 사진 조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