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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지기 사옥, 김종규
우리 것의 보존과 활용을 실천하는 문화집단 아름지기의 새 집을 위해 건축가는 표면적이고 시각적인 관점 대신 한국의 정서가 깃든 공간을 표현하고자 했다. 터를 잡는 방식, 건물을 배치하고 집합하는 방식, 마당을 구성하는 방식, 주변 경관을 끌어들이는 방식 등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주변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건축을 설계했다.
김봉렬 교수가 설계한 한옥과 공존하기 위해 2층 높이에 마당을 만들고 한옥과 현대건축물의 관계를 새롭게 맺고 있으며, 경복궁을 마주한 곳에 간이벽을 설치해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건물의 외관은 단정한 상자의 형태지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사진 김용관, Jonathan Lovekin
김종규
건축가 김종규는 1960년 생으로 연세대 건축공학과과 영국 AA스쿨을 졸업했으며 런던 Building Design Partnership 등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3년 건축사사무소 M.A.R.U. 설립했으며, 1998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2002년 북런던대학 초청 전시 및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가했으며, 대표작으로 순애원, 대구보건대학 전시관, 마 갤러리, 아고라 뮤지엄, 갤러리 회원, 파주출판문화도시 자유아카데미 등이 있다. 카이스 갤러리로 김수근문화상(2002)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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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계수나무집과 단풍나무집, 조남호
지난해 오픈하우스를 진행한 계수나무집 옆으로 운중 단풍나무집이 들어섰다. 운중동은 국사봉 아래 저수지에서 피어난 안개가 자주 내려앉으면서 생겨난 지명으로 한국학연구원이 오래전에 터를 잡을 정도로 환경이 좋은 곳이다. 서로 인접해 있는 계수나무집과 단풍나무집은 닮은 외관을 가지고 있지만 내부공간의 구성은 전혀 다르다. 계수나무집은 창고 같이 단순하게 비운 1층과 기능적으로 분절된 2층으로 비교적 정적인 구성이라면, 단풍나무집은 완만한 경사를 활용하면서 지하부터 2층에 이르는 공간이 연속적으로 흐르는 동적인 공간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성을 선택한 이유는 지형보다는 가족들의 특별한 생활방식을 물리적으로 구현 공간이다. 이 집은 주차장을 포함해 330m2면적을 가지고 있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 함께 자기 때문에 초등학생 딸과 아들을 위한 방은 따로 요구하지 않았다. 다만 외부 활동이 잦은 아빠와 아들, 아이들의 활동공간,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된 욕실 공간 등 가족 네 명의 성향과 세대, 성별에 따라 다양한 활동 조합이 이루어지고, 이에 대응하는 체계를 건축화하는 과정을 통해 만든 집이다. 다른 성격의 공간들은 반 층 차이로 연속적으로 흐르고, 지면에 가까운 층들은 가능한 한 외부공간과 직접 연결되며, 다락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옥을 닮은 중목구조와 경골목구조가 혼합되어 만들어진 구조 시스템은 연속되는 공간을 보다 섬세하게 분절 또는 통합시키는데 기여한다.
단풍나무는 수형과 나뭇잎, 색깔에서 수려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편안한 나무이다. 집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과정에서 놀라운 분석력과 감각으로 거의 공동설계자 역할을 해오신 건축주 가족에게 어울리는 나무이다. 나무는 사람의 뜻대로 심어졌지만 스스로 성장하며, 오랜 세월 가족과 함께 한다.
글 조남호 사진 윤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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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호텔, 1990uao
서울은 모텔의 도시다. 자동차 여행자를 위해 주차와 숙박을 용이하게 제공하는 모텔이 한국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끌지 않고 자동차로 진출입이 가능한 숙박시설로 자리잡으면서 모텔은 도심 골목 곳곳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도시 환경에 소극적인 기존의 모텔에서 벗어나 부티크 호텔의 새로운 경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데, 남부터미널역 근처에 자리잡은 소설호텔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소설호텔의 인테리어 및 저층부 외관 설계를 진행한 1990uao의 윤근주, 황정환 소장은 다양한 공간감과 경험을 주려는 발상, 기존 모텔의 분위기를 과감히 탈피해 공간을 즐길 수 있는 부티크 호텔로 거듭나려는 건축주의 의도를 반영해 저층 전면부에 캐노피를 내어 달고 정원을 만들어 도로를 향해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도록 했다.
부티크 호텔의 전략으로는 공간의 판타지와 이야기를 선사하는 다양한 타입의 객실을 손보이고 있다. “부띠크 호텔은 각자 개성을 가진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윤근주 소장의 말처럼, 소설 호텔의 내부는 12개의 룸타입을 만들어 각각의 공간의 특색을 살렸다. "구조적으로 건드릴만한 여지가 없을 때 건축가의 선택은 재료의 대비, 흐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윤근주, 황정환 소장의 설명처럼, 공간의 판타지를 위해 선택한 것은 착시와 반사, 재료의 전복과 왜곡이라는 공간의 트릭이다.
직사각형 큐브 공간에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재료의 대비와 무한히 확장하는 거울을 통해 공간의 왜곡을 경험하게 하거나, 사진을 프린트한 벽에 소실점을 만들어 창문이 무한하게 이어지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여기에 거울과 조명이라는 장치로 착시를 더하는 방식은 곳곳에 쓰이고 있다. 바닥, 벽, 천장이라는 구분을 넘어 재료의 연속성을 통해 공간을 다른 방식으로 구획하거나 감각을 변형시키는 방식도 보인다. 이 트릭을 완성시키는 것은 정교한 디테일의 처리다. 방문객을 환대하는 외관과 달리 바닥과 벽의 경계를 사라지게 하며 어둠 속에 묻힌 로비 공간도 인상적이다.
소설호텔은 주변 환경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소설호텔 설계 이후 바로 옆 모텔과의 틈새 공간을 새로운 통로로 디자인해 뒷골목의 어두컴컴한 주차장 입구 대신 사람들이 머물고 들릴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건축가
윤근주, 황정환 1990uao (인테리어 및 저층부 외관 설계), 건축집단MA(건축물 설계)
사진 남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