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면적과 여백의 게임, 근린생활시설

위아연 (W.A.Y), 조윤희+홍지학 / 사진_노경
신사 블루스 프로젝트, 김호민 / 사진_신경섭
피겨앤그라운드, 전숙희 / 사진_노경
LCDC, 서승모 / 사진_진효숙

임대 공간의 우선 가치가 면적에서 공간의 정체성으로 바뀌면서, 근린생활시설의 지향점도 바뀌고 있다. 공간 경험은 이제 사람들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공간 기획은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최적화된 임대 공간과 여백의 틈새에서 건축 경험을 끌어내고 있는 건축물을 오픈하우스를 통해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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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오늘의 공공건축을 만나다,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준공 2년 후, 발주처에 주는 공공건축상은 공공건축물이 발주처의 기획과 협업, 건축가와 시공자, 운영자가 긴밀하게 협업했을 때 좋은 공공건축물이 완성된다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공건축상 대상작인 양구백자박물관 도자역사문화실(건축가 이진오), 우수상인 성북선잠박물관(건축가 이은경), 성수책마루(건축가 김태영, 김현준, 장수정)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통해 공공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인터뷰는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 기간 중에 공개됩니다.    [special 2] 오늘의 공공건축을 만나다 VISIT YOURSELF                                양구백자박물관 도자역사문화실,                                                             이진오((유)건축사사무소더사이)  OPENHOUSE     10월 08일 오후 2시   성북선잠박물관-최만린미술관_이은경 OPENHOUSE     10월 12일 오후 2시   성수책마루-성동구 의회랑-                                                             성동책마루_김태영, 김현준, 장수정     INTERVIEW          공공건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역 문화공간의 역할 _ 이진오                                 동네에서 만나는 공공건축 _ 이은경                                 유휴공간의 재구성 _ 김태영, 김현준, 장수정                 +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 : 정원오 성동구청장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이성관 올해 건축의 날 유공자 훈장은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가 수상하였습니다. 순수예술로서 건축을 지향하기보다 객관적이고 조직적 방법론으로 건축에 접근해 온 건축가 이성관은 중성적이고 중립적인 집이 가진 생명력을 주목합니다. 작가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건축 본연의 구축과 구현에 몰입해 온 건축가 이성관은 군더더기 없는 절제와 효율적인 해법을 보여주면서 건축 본연의 공간을 담아왔습니다.   건축가 이성관의 대표작이자 제1회 김종성건축상 수상작인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전쟁기념관을 건축가와 함께 돌아보는 오픈하우스와 개별 방문할 수 있는 여주박물관을 소개합니다.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 기간에는 건축가 이성관의 인터뷰도 함께 소개합니다.   INTERVIEW                                             건축가 이성관    OPENHOUSE     10월 11일 오후 3시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OPENHOUSE     10월 13일 오후 3시       전쟁기념관 VISIT YOURSELF                                    여주박물관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건축의 경계를 넘어서다 제18회 대한민국 건축의 날을 맞아 진행되는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와 오픈하우스서울이 스페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유공자 특별전으로 소개되는 건축가 이성관의 대표작 오픈하우스와 공공건축상 수상작의 오픈하우스, 용산 지역의 내력을 살펴보는 안창모 교수의 강연까지, 10월 6일(목)부터 10월 13일(목)까지 건축주간에 열립니다.     프로그램 오픈 9월 27일(화) 참가 신청 9월 28일(수) 오후 2시부터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 링크를 통해 신청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768463   건축주간으로 확대해 만나는 대한민국 건축의 날   건축인의 화합과 단결, 미래 건축에 대한 비전을 모색해온 제18회 대한민국 ‘건축의 날’이 올해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으로 확대해 10월 6일부터 13일까지 8일간 진행됩니다. ‘건축의 날’은 건축의 공공성과 건축 문화를 알리고 우리 시대 필요한 건축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자리로, 내년 공식적인 국가기념일 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 첫 시도로 ‘건축의 날’을 건축주간으로 확장해 다양한 전시회, 강연회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용상공원 부분개방 부지에서 만나는 건축 <건축의 경계를 넘어서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는 건축주간 동안 특별히 개방된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에서 다양한 전시회, 강연회 등의 행사가 열립니다. 책-답사-영화라는 키워드로 진행되는 이번 건축주간은 건축 책과 영화, 건축다큐멘터리를 만나볼 수 있으며, 유공자 특별전(올해의 건축사)로 건축가 이성관의 대표작 전시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한 주 동안 건축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건축의 새로운 시나리오에 관한 참여, 그리고 다양한 논의와 전망을 통해 과거와 오늘의 건축을 만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과 함께 하는 오픈하우스서울 스페셜 프로그램 오픈하우스서울은 건축인이 함께하는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와 협력 프로그램으로 <유공자 특별전, 이성관>과 <공공건축상>을 소개하고 오픈하우스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건축가 이성관의 대표작이자 제1회 김종성건축상 수상작이기도 한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전쟁기념관, 그리고 VISIT YOURSELF로 소개하는 여주박물관까지, 건축가 이성관과 함께 건축물을 돌아보는 오픈하우스를 진행합니다. 또한, 공공건축상 대상작인 양구백자박물관 도자역사문화실(건축가 이진오), 우수상인 성북선잠박물관(건축가 이은경), 성수책마루(건축가 김태영, 김현준, 장수정)를 소개하고 인터뷰를 통해 공공건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준공 2년 후, 발주처에 주는 공공건축상은 공공건축물이 발주처의 기획과 협업, 건축가와 시공자, 운영자가 긴밀하게 협업했을 때 좋은 공공건축물이 완성된다는 취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와 함께 하는 오픈하우스서울 스페셜 프로그램은 건축가 이은경과 함께 수상작인 성북선잠박물관뿐만 아니라 성북구에 조성한 최만린미술관과 함께 돌아보며, 건축가 김태영, 김현준, 장수정과 함께 성동구에서 기획한 책마루가 도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성수책마루, 성동구의회 의사랑, 성동책마루를 함께 돌아볼 예정입니다.   또한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을 위해 특별히 개방돈 용산공원 부분개방 부지에서 용산미군기지와 주변의 내력을 돌아볼 수 있는 안창모 교수(경기대학교)의 강연이 함께 열립니다. 오픈하우스서울 2022 본행사에 앞서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과 함께하는 스페셜 프로그램을 만나보세요.   [special 1] 유공자 특별전          이성관 INTERVIEW       건축가 이성관    OPENHOUSE     10월 11일 오후 3시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OPENHOUSE     10월 13일 오후 3시       전쟁기념관 Visit yourself                                            여주박물관   [special 2] 오늘의 공공건축을 만나다 VISIT YOURSELF 양구백자박물관 도자역사문화실, 이진오((유)건축사사무소더사이)  OPENHOUSE     10월 08일 오후 2시       성북선잠박물관-최만린미술관_이은경 OPENHOUSE     10월 12일 오후 2시       성수책마루-성동구의회 의사랑-                                                                 성동책마루_김태영, 김현준, 장수정   INTERVIEW 공공건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역 문화공간의 역할 _ 이진오                                 동네에서 만나는 공공건축 _ 이은경                                 유휴공간의 재구성 _ 김태영, 김현준, 장수정                  + 시민을 위한 공공공간 : 정원오 성동구청장    [special 3] 다시 보는 용산 LECTURE           10월10일 오후 4시       용산과 용산공원, 바로 읽기            안창모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 바로 가기 주최: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 주관: 대한건축사협회  
대한민국 건축주간 2022+오픈하우스서울 중성적인 모더니즘의 질서 ②, 건축가 이성관 귀국하고 바로 전쟁기념관이라는 큰 프로젝트에 당선되셨습니다. 40대 건축가에게 정말 큰 사건이었을 텐데요.    내가 43살에 그 일을 했어요. 공모전 신청할 때는 정림건축에 있을 때였어요. 신청하고 나오면서 그 담당자에게 심사가 공정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나요. ‘당선되는 사람은 아주 신나겠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왔죠. 당선되고 싶다기 보다는 최우수작이나 우수작 6팀 안에 들면 귀국 신고로 괜찮은 거 아닌가 싶었어요.   전쟁기념관이라는 표현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요. 낯설지는 않으셨나요? 내용이 중요한 거죠. 영어로는 ‘War Memorial’이라 괜찮은데, 우리나라에서는 ‘기념’이라는 말이 잘못하면 마치 호전성을 기념한다는 오해를 사는 거죠. 옛 사전을 보면 기념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기억한다는 것과 기념하고 축하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여기서는 망자를 기억하다(remember)는 뜻이죠. 기념이 기억한다는 뜻으로 잘 안 쓰게 되고 축하하는 의미로만 쓰이다 보니 언어적인 불일치가 있었죠.  그것 때문에 공청회도 했어요. ‘전쟁 기념’이 ‘전쟁처럼 좋지 않은 것을 왜 기념하느냐’ 이런 의미로 이야기되니까 논란이 있었죠. 결국 영어로 ‘War Memorial’이라는 의미로 전쟁기념관이 되었어요. 어쩌면 기념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단어에 더 가깝겠네요. 기억이죠. 전쟁이란 힘든 것이기 때문에 전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거죠. 전쟁의 비참함을 알기 때문에 어떻든 전쟁은 피해야 한다. 그런데도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면 선열들처럼 몸 던져서 나라를 지키는 호국 정신을 기리는 것이죠.   항구적 평화를 지키는 것이 바로 기념관의 존재 이유라고 하셨는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전쟁기념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당시에도 예상했던 게 이곳은 문화 시설이라는 것이었어요.  당시 전쟁에 대해 전시할 게 뭐 있냐며 비판하기도 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했어요. 문화 시설은 일단 넉넉하게 잡아놓고, 나중에 국제 정세가 변하면 여러 가지 비밀문서나 공개될 자료가 많을 거라고 봤어요. 지금 안목으로 어떻게 20~30년을 예단하나 생각해서 규모나 예산을 줄이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열주를 둔 회랑과 중심부 좌우 대칭이 큰 특징입니다. 회랑과 수공간 그리고 좌우 대칭의 엄격함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힘이죠. 많은 거룩한 희생이 있었고 엄숙한 생명을 바쳐서 이룬 것이잖아요. 그러니 장소에 그만큼의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외 공간은 느슨하더라도 죽음이라는 지엄함 앞에서는 우리가 옷깃을 여밀 수 있어야 하지, 껌 씹고 슬리퍼 끌고 반바지 입고 오는 곳은 아니라는 약간의 부담을 주려는 게 있었어요. 관람이 끝나고는 그럴 필요가 없지만요.   박물관에 이르는 진입 동선에서 전통건축의 과정적 공간을 염두에 두기도 했는데요. 은연중에 프로젝트에 전통적인 게 깔려 있어요. 박물관 같은 걸 설계할 때, 어떤 확신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성격 자체가 일상의 연장이 아니거든요. 가령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산다면, 방풍실 지나서 바로 물건이 앞에 전시돼 있어도 일상의 연장이기 때문에 금방 대화가 가능해요. 그런데, 기념관에 녹슨 철모가 있으면 그걸 단순히 고철로 보이게 하면 안 되는 거죠. 그 세월과 전쟁, 희생과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관람이 되는 거예요. 기념관은 관찰이 아니라,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박물관이나 기념관은 일상의 연장이 아니잖아요. 전쟁에 대한 지식을 얻는데, 마음의 준비 없이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했어요. 진입하는 과정에 텅 빈 공간을 만들어서 서울에 없는 풍경을 주는 거예요. 텅 비었을 때 사람이 받는 정서적 충격 혹은 낯섦을 주어서 마음을 흔든 다음에 비일상적 영역으로 가는 거죠. 마음의 준비를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어요.   1989년에 전쟁기념관 이후 2001년 양구전투기념관을 설계하셨어요. 시간 차가 있는 두 프로젝트의 접근 방식이 어떻게 다르셨나요? 전쟁기념관의 경우 군사 문화, 군사 잔재라고 했지만, 변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세월 지나면 오히려 다른 각도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영삼 정부에 들어서서 개관 전에 전쟁기념관을 박물관으로 바꾸면 어떻겠냐는 문의가 온 적이 있어요. 그래서 박물관이라면 이 땅에 이런 식으로 안 짓는다고 이야기했어요. 너무 불편하고 멀잖아요. 추모를 위한 공간을 거친 다음에는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개념이라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녹슨 철모를 볼 수 있도록 동선을 길게 잡은 거죠. 양구는 지자체에서 조성한 기념관이라 지명도도 다르고 규모도 달라요.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땅이 120평이라는 거예요. 누가 이 평화로운 장소에 고지전을 일으켰는지, 왜 자기 몸을 던져서 죽어야 하는지 명분이 없는 곳이잖아요. 이 땅 때문에, 아무 관계도 없는 데서 죽는 게 너무 허망하죠. 그런데 그 전쟁이 없었다면 이게 북한에 있을 땅이에요. 기념관에서 이런 내력을 이야기 안 하면 누가 알겠느냐는 거죠. 더구나 양구전투기념관은 전쟁의 현장이자 죽음의 현장이었어요. 그 현장과 연관 짓는 게 중요했어요. 훨씬 더 밀도 있게 주변 지리에 관계되어서 디자인되었어요. 고지가 다 보이도록 한다거나 그 고지 위로 죽은 자의 이름이 유리에 뜨도록 한 것이나, 지형학적으로 친밀하게 짜인 거예요. 전쟁기념관은 그렇지 않아요. 실은 양구보다는 장소적 의미가 약하지요.  그때 거대주의라는 말이 있었어요. 짓기만 하면 저렇게 크게 만든다고요. 다리도 성수교 하면 될 일을 성수대교 하죠. 그 연장선에서 전쟁기념관 건물이 너무 규모가 크다고 했는데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전쟁기념관은 6.25 전쟁뿐만 아니라 통시적으로 대한민국에 있었던 강토 수호 전쟁을 다 망라한 거니까요.   건축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태도로 접근하셨는데, 흥미롭게도 기념관과 종교적인 공간을 많이 하셨어요. 상징과 기념을 담아내는 방식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념,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라 합리성이 약간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합리적으로 접근했을 뿐이에요. 되도록 은유적인(metaphoric) 방법으로 건물을 표현하지는 않았어요. 양구전투기념관 설계할 때 철모를 이야기하고 형상을 그린 것은 일종의 유추적인 방법이에요. 철모로 표현하는 순간 많은 가능성이 거기에 국한돼 버리잖아요. 주관적인 것으로 전체의 형상이나 예산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기념관의 속성은 일상에서 비일상 영역으로 넘어간다는 생각이 깔려 있어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사이 공간이 필요하다, 시간 속을 거치게 함으로써 조금이라도 도움 되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거리감을 주기 위해서 수공간을 만들기도 하는 거죠. 물을 쓰면 거리감이 생겨서 공간의 확장 개념을 저절로 얻을 수 있고요. 또 물이라는 게 아주 섬세해서 바람 불면 사르르 반사되면서 민감한 미디어잖아요. 그래서 간간이 즐겨 써요.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에서도 불교의 사상이나 탄허 스님의 사상을 잘 담아내고자 하셨는데요. 박물관에서 고민하셨던 부분이 궁금합니다. 그린벨트 내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설계안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왔어요. 보고 아쉬운 것을 이야기했더니 설계를 바꿔 달라고 의뢰가 들어왔어요. 북향 진입이라는 단점 외에는 불교 사찰에 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처음부터 공간이 필요한 것보다 많이 모자랐어요. 그래서 공간을 시차적으로 전용해서 빌려오는 것으로 풀어내고자 했어요. 자동 개폐되는 문을 펼쳐서 가변적으로 넓게 쓰기도 하고 줄여서 따로 쓰는 걸 전제했어요. 또 일반 사찰에서 선형으로 길게 뻗은 동선을 입체적으로 담았어요. 공간을 선형적으로 배열해서 의미 있게 연결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집의 안방은 가장 안쪽에 있지만, 사실 뒤쪽 담에서는 가장 가깝잖아요. 이런 역설적인 장치가 재미있어서 가장 상징적이고 중요한 법당은 들어가자마자 밖에서 보이지만 접근은 안 되도록 했어요. 중립적인 공간에 불교 사찰의 상징적인 의미를 압축해서 공포와 단청을 넣고 의미를 부여했어요.   데이콤 사옥이나 강남 사옥처럼 소장님이 설계한 오피스 빌딩은 안정된 비례와 치수를 보여줍니다. 고전적인 질서를 볼 수 있는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있는지요? 치수(dimension)는 기본이에요. 요즘에는 치수개념이 없죠. 저는 오래전 공간론으로 바닥까지 뼈저리게 훑은 입장이고, 모더니즘 건축에서는 그걸 가르쳐요. 김종성 씨나 김태수 씨, 우규승 씨 같은 분들의 건물은 그런 원칙이 다 녹아 들어가 있어요. 요즘은 그런 게 없죠. 그냥 시원하고 큰 게 좋다는 식이어서 스케일이 크고 시원한 건 있는데 안정감은 많이 약화되어요.   거여 3단지 아파트부터 수입777, 반포 577, 최근에 홍지36까지 주택 프로젝트도 많이 하셨습니다. 삶을 담는 주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건 무엇인가요? 주택은 한 개인이 24시간 함께 할 동반자를 찾는 것과 같아요. 미팅 파트너를 정하는 것과는 다르죠. 여러 덕목을 살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도 맞는 자질을 갖춰야 하니 주택을 근생 건물이나 상점처럼 칼같이 디자인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주택 할 때도 외부 재료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해요. 몰라서가 아니에요. 그러면 집에 만만한 게 없고 좀 징그럽지. 너무 미적인(aesthetic) 것만 찾는 것처럼 보여요. 그래서 일부러 투박함을 적당히 그사이에 끼우고 구분되는 정도로 해요. 의도적으로 한 것이지 그 디테일이 비싸서 안하는 건 아니에요.   섬세한 디테일이 삶을 더 긴장하게 한다는 말씀이네요. 그렇죠.   한울건축 출신들이 한국 건축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울건축에서 지향했던 원칙 혹은 강조하셨던 태도는 무엇이었나요? 한 번 지어지면 영원히 고치기 힘들고 남는다. 설계를 옳게 해줘야 한다. 그래서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미팅 날짜도 사정해서 미루기도 했어요. 그래야 매듭을 잘 지을 수 있어요. 스케줄은 사람이 만드는 건데, 건축주가 좋은 걸 받아들이면 우리는 시간 가지고 즐기면서 일을 하는 거죠. 돈은 그다음 문제였어요. 운영에는 좀 좋지 않지요. 또 직원들이 밤새우면서 고생하는 상황을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하니까 날짜를 조금 연기해 달라고 하는 거죠. 또, 일할 때는 디테일이나 큰 개념 잡는 건 똑같다고 해요.  디테일은 사소한(trivial) 게 아니고, 전체의 역할을 다 이야기해 주는 거라는 거죠. 범죄에서 살인 장면이 안 보이더라도 실오라기 같은 증거(clue)를 가지고 우리가 전체를 짐작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디테일이 작은 게 아니고 그것을 네가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자 해요.  또 중요한 건 유도 심문 하듯이 하나에서 열까지 자꾸 질문을 던져서 깨닫게 하는 것. 그러면서 이야기가 나오니까요. 건축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태도로 무엇을 꼽으시나요? 너무나 당연한 건데 경험해 본 바로는 건축주의 존재예요. 우리는 전문성을 가지고 관념, 습관이 된 부분이 있지만, 건축주는 돈이 들어가니 절박해요. 또 주방 같은 곳을 설계할 때 건축주는 본인이 사용하기 때문에 명확해요. 본인이 그 공간 안에 들어가서 행동(behavior)이라는 걸 다 생각해본다고요. 건축가는 설계할 때 시간 개념이 없어요.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레이아웃이나 동선을 이야기해요. 그런데 정작 사용하는 사람들은 달라요. 공간을 사용하는 데 굉장히 구체적이고 시간 개념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거기서 많이 깨닫고 배워요. 직원한테도 사용자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해요. 그 사람은 집 짓는 것에 꿈도 있고 모든 재산을 투자하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이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고요. 우리는 그냥 공간에서만 머물고, 그 시퀀스 안에 들어가지 못해요. 그 부분이 중요해요.      40년이 넘게 건축을 해오셨는데, 건축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건축을 보는 관점이나 가치관의 스펙트럼은 넓은데, 적어도 한 가지는 언급하고 싶어요. 건축은 순수 예술과 달라요. 순수 예술은 장소나 주변 관계에서는 벗어나 있어서 면죄부를 받는 반면에, 우리는 건물을 어느 영역, 시간에 짓게 되면 그 관계 속에서 존재하고 값을 내요. 작업의 성격으로 보면 순수 예술과 유사한 부분이 많지만, 장르적 속성상 궤를 달리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 놓이는 관계에서 판정되는 거죠. 건축은 생산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관계되어요. 그 이후에도 주변에 지속적인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윤리적인 문제, 책임 의식이 따르죠. 그래서 우리가 사명 의식을 갖고 더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뷰 임진영 사진 이강석
SPECIAL 유종수, 김빈(코어건축사사무소)   건축가 특집  유종수, 김빈(코어건축사사무소)     올해 건축가특집은 공공 건축에 주목하는 주제에 맞추어 공공 프로젝트의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코어건축(유종수, 김빈)을 소개한다. 코어건축의 대표작인 서울서진학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풍부한 표정을 지닌 학교 공간은 오랜 시간 이어진 지역의 사회적 갈등을 위로하는 선물처럼 느껴졌다. 일반 학교 건축에서도 보기 힘든 팟(POD), 넓은 복도와 중정, 다채로운 재료가 만드는 공간은 이곳을 이용하는 아이들에게도, 지역 주민들에게도 건축이 주는 하나의 가능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의 방식으로 그러나 특별한 건축을 풀어내 온 코어건축의 작업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공공 건축 영역에서 공모전에 참여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이를 건축가의 의도대로 완성하는 과정은 하나의 의뢰인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민간 시장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친다. 최저 입찰과 조달청 시스템 안에서 비현실적인 일정과 기획의 부재를 만나게 되면, 설계안의 의도와 완성도를 지키기 위해 몇 배의 노력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코어건축은 이 고단한 공공 영역에서 공모전이라는 진검 승부로 프로젝트를 얻고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건축 원칙을 지키며 공공 건축의 다양성을 만들어오고 있다.   대전차방호시설을 리노베이션해 예술창작공간과 문화공간으로 바꾼 평화문화진지, 공진초등학교를 개, 증축해 가장 보통의 특수학교를 만들어낸 서울서진학교, 한강 공원의 전망을 바라보는 한강 공원 양화지구 매점, 한강 수난구조대를 위한 광나루 119 수난구조대, 주변 대형 건축물 사이에서 분절된 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까지, 코어건축은 공공 건축의 질적 완성도를 높이고 자신들만의 건축 유형을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 건축가특집은 기린그림과 협업으로 진행된 서울서진학교 영상과 함께 코어건축이 진행한 6개의 공공 건축을 만나보며, 인터뷰를 통해 공공 건축에 개입하는 건축가의 태도와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OPENHOUSE 면적과 여백의 게임, 근린생활시설 임대 공간의 우선 가치가 면적에서 공간의 정체성으로 바뀌면서, 근린생활시설의 지향점도 바뀌고 있다. 공간 경험은 이제 사람들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공간 기획은 필수적인 조건이 되고 있다. 최적화된 임대 공간과 여백의 틈새에서 건축 경험을 끌어내고 있는 건축물을 오픈하우스를 통해 만나본다.
OPENHOUSE 효율과 정체성의 모색, 오피스/사옥 오피스와 사옥은 사무 공간의 효율성과 정체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면적의 극대화를 노리던 시장은 이제 여백을 두고 소통의 공간을 고려하며 조금씩 공간의 가치를 모색하고 있다. 올해 소개하는 오피스/사옥은 소규모 빌딩에서 면적의 최적화와 여백의 균형을 모색하는 건축물을 오픈하우스로 만나본다.
SPECIAL 보편적이고 특수한 건축분투기 ③, 유종수, 김빈(코어건축사사무소) 대전차 다음에 당선된 게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이다. 서울서진학교와 비슷한 시기에 당선이 되었는데, 준공까지 오래 걸린 편이다. 김빈 설계도 그렇지만, 공사가 한동안 멈춰 있었다.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는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역 연결 통로가 함께 있다. 관리 주체도 다르고 건축 허가 사항도 달라서 거기서 오는 복잡함이 있었다. 공사 시작하고 나서 상수도관 문제로 거의 한 1년 정도 멈춰 있었던 것 같다. 유종수 설계 기간이 3배 늘어났고 계약 연장이 6회차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하를 연결하는 부분에서 협의할 부분이 많으셨을 것 같다. 그 과정은 좀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김빈 대표적인 예로 건물과 통로가 같은 벽이다. 그 벽을 SH와 지하철 교통공사가 어떻게 나누어 소유할 것인가부터 시작했다. 단일 벽의 소유에서부터 설계를 시작한 거다.   그다음은 관리 문제인데, 그 통로는 지하철 일부가 되고 관리는 시설공단에서 하니까 멋지게 하려고 해도 관리 주체나 소유 주체는 ‘관리가 불편하다, 통로가 이래서 되느냐’는 의견을 낸다. 우리는 SH 공사와 협의했기 때문에 끝까지 의사 표현을 하고 디자인해서 설계하긴 했는데, 시공이 원하는 만큼 되지는 않았다. 디자인이 조금 변경되었지만 큰 틀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갔다.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나 서진학교도 재료와 팟(POD) 같은 요소가 공간을 풍부하게 한다.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도 공기업이 갖기 힘든 외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제안을 했고 또 발주처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유종수 사람들이 가장 빨리 인지하는 게 익숙하지 않은 재료와 낯선 창의 패턴 같은 것이다. 공공건축이라고 해도 당연히 건축가로서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 더군다나 이 대지의 경우 바로 옆에 큰 주차장과 건너편 대형쇼핑몰이 있어서 그 덩어리들과 싸우려면 훨씬 도드라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경치가 워낙 좋은 이말산이라는 북한산 자락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조형이 나왔다. 김빈 처음 공모전에 제안했던 안은 더 단순했다. 중요했던 것은 루버와 사이사이 있는 판들이 전체 매스를 분절하는 것이었다. SH 담당 부서가 설계를 잘 아시는 분들이 모여있었기 때문에 실시설계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의견도 받아주고 입면을 바꿀 기회가 왔다. 예쁘게 하려고 바꾸었다기보다, 유 소장님 말처럼 주차장과 광장 사이에서 더 세져야겠다는 생각에 이 디자인으로 진행되었다.   사용하는 건축 언어는 단순하지만 특별한 장면을 만든다. 모든 프로젝트가 단순한 언어를 쓰는데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건축을 표현하는데 지향하거나 친숙하게 여기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빈 유 소장님은 타고난 것 같다. 형태를 잘 다룬다. 반면 저는 선을 하나 그어도 명확한 이유가 있지 않으면 잘 안 된다. 사선 하나, 재료나 형태, 볼륨을 전체로 확장할 때 합리적이거나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결과적으로 납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유종수 모든 건축가가 그럴 것 같은데, 저 자신만 놓고 봤을 때 아직 건축 어휘를 가지고 작업하고 싶지는 않다. 20년 가까이 건축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선생님의 건물을 봤겠나. 내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했든 이미지로 머리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저는 그게 무의식중에 나온다고 생각한다. 한편 다른 사람이 한 건 하고 싶지 않아서 조금의 차이를 두고 새로운 것을 지향한다. 그런 것들이 다 녹아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우리는 둘이 같이해서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찾는데 적절하게 도움이 된다. 많은 시간이 쌓이고 접점이 많이 생겨서 동의하는 부분도 많고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같은 방향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김빈 그래도 다행히 1+1이 2까지는 못 가도 1.2 정도 되는 것 같다. 당장 프로젝트를 딸 수 있을지 앞일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지난 10년을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유종수 앞서 말씀하신 계보나 좌표에 대해 우리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건축적인 태생이 어디냐고 한다면, 한국건축에 대해서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제가 본 건 다 현대 건축이고 한옥에서 무언가를 느낄 만한 기회도 없었다. 단지 좋은 건물을 많이 접하거나 건축을 하면서 학습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무언가를 정해 놓기보다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태도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좋은 건축에 대한 기준이나 혹은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유종수 일단 콘셉트가 명확한 게 좋다. 우리도 그런 방향을 지향하려고 하는데, 새로운 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명쾌하면 좋을 것 같고 재료도 항상 새로웠으면 좋겠다. 건축 산업 전체가 진보하는 기술력을 무시할 수가 없을 것 같다. 당연히 루이스 칸의 건물처럼 그 자체로 압도하는 빛, 공간 등 건축의 기본이 되는 요소가 중요하다. 결국, 그것을 취하는 태도가 조금씩 다른 거 같다. 김빈 공간도 좋고, 빛도 좋고, 명쾌함도 당연한 부분인 것 같다. 제가 더 끌리는 부분이라면 절제된 것을 좋아한다. 미니멀하다거나 재료가 단순하다는 차원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자하 하디드의 DDP를 보면서도 절제돼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명쾌하다는 것과 연결되는 것 같다. 과도한 제스처가 나오지 않는 절제된 건물을 좋아한다.    사무실을 처음 열면서 건축의 새로운 유형 탐구에 관해 관심을 적었다. 결국, 불명확한 관념을 걷어내고 건축 자체의 구성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유종수 예를 들어 신설동 한옥(2016)을 보면 건물 위로 철골 구조를 올렸다. 한옥을 좋아하는 분들이 보면 한옥을 모르는 사람이 건축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과 좋은 점은 많은데, 저희는 새로운 유형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좋고 나쁘다를 떠나서,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고 가능성을 확장해줄 계기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문제작이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도 있다. 김빈 유형이라는 단어는 구체적인 무언가를 하고자 했다기보다 조금씩 새롭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신설동 한옥은 우리에게 파격적인 업무였다. 통상적인 한옥 위에 증축하는데 띄워서 올렸다. 결과적으로 기존 한옥을 덜 해치는 방식이 되었다. 만약 다른 방식으로 증축했다면 많은 부분을 해체하거나 기와를 다 부셔야 했을 거다.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기둥만 뚫고 내려갔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한옥의 많은 부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접근하지 않았을 거다.      건축의 요소가 풍부하다.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과하지 않다. 과감한 요소를 절제해서 쓰는 태도가 코어건축의 특징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어 당선된 것이 광나루 수난구조대, 망우119안전센터, 한강공원 양화지구 매점인가? 김빈 2018년도에 서울시 스케이트장, 광나루 수난구조대, 돈의문박물관 수직 정원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19년에 망우 119안전센터가 당선되었다. 이때 사무실이 조금 배고팠다. 2020년도에 다시 공모전에 엄청나게 참여했다. 한 해 동안 15개 정도 했고 마감은 13~14개 정도 했다. 내내 낙선하다가 연말에 일산직업능력개발원이 당선되고 해를 넘겨 1월에 2개의 공모전에 당선되었다. 그리고 2021년 하반기에 민간 지명 공모전에서 당선되었다.  유종수 한강공원 양화지구 매점은 공모전이 아니라, 광나루 수난구조대를 하면서 협력했던 특수구조 업체의 제안으로 진행된 작업이었다.     서울광장스케이트장은 해마다 젊은 건축가가 공모를 통해 진행되었다. 그때도 지명 공모였나? 김빈 그렇다. A3 세 장 정도 제출하는, 지명 공모 중에서도 가장 간소화한 공모전이었다. 스케이트장이 시간이 촉박하고 빨리 지었다가 빨리 없어지니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유종수 대지를 1년 중 3개월 정도 스케이트장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부분이 재미있어서 참여했는데, 어떻게 하면 예산을 아끼고 공사 기간도 수월하게 할까 고민해서 공기막 구조를 제안했다. 가벼운 재료를 쓰고자 했다. 시청 광장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다. 제안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김빈 구조물이 일시적으로 있다가 사라지는 거라, 빨리 짓고 빨리 없앨 수 있는 게 가장 좋다. 그리고 재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조건으로 이중 공기막을 제안했다. 구현하는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공기도 금방 넣었다가 철거할 때도 금방 뺄 수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형태적인 것도 있지만 그 공간의 원형을 사람들이 한 바퀴 돈다는 공간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려했다. 공기막 구조는 단열에 대한 장점도 있다. 유종수 시청 광장은 3면이 도로라서 접근이 좋지는 않다. 시청광장에 약 80m 지름의 원형경기장을 만드는 것이고, 조명까지 고려하면 그 안에 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장면이 시민들에게 일종의 공공미술처럼 다가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광장을 광장답게, 이벤트 공간으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광나루 수난구조대는 부유하는 건물이라서 기술적인 부분도 있지만, 외관의 질서도 인상적이다. 김빈 뜨는 구조는 기술적인 부분이고 사실은 놓였을 때를 생각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잔디밭에 있는 장면을 처음 생각했고 부유체라고 두께가 약 1.8m정도 되는 덩어리가 밑에 있는데 땅을 파서 그걸 감추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한 번 떴다가 내려오면 파인 땅에 진흙이 가득 차서 기술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디자인의 형태는 사실 프로그램과 관계가 있다. 한강을 관리하는 소방서니까 상주하는 사람이 있고 먹고 자야 한다. 체력 단련을 하는 시설도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렇게 쓰이지 않는데, 지침에는 시민들을 교육할 수 있는 안전교육장을 담겠다고 했다. 그래서 계단식 강당도 필요했다. 이곳은 필지가 아니니 땅도 직사각형으로 주어졌다. 그 안에 필요한 요소를 넣어보니 형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숙소와 대피 동선, 1, 2층을 연결하는 출입 동선이 필요해서 동선 따로, 매스를 따로 배치하면서 만들어졌다. 향을 고려해 숙소를 배치하고 재료는 단순하게 쓰고 싶었다. 유종수 서울 사람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있다. 시청 광장도 그렇고 낙산도 그렇다. 한강도 서울에서 너무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 곳에 무언가를 한다는 게 굉장히 끌렸다. 장소적인 측면에서 끌리는 게 있었고, 부력체를 이용한 특수구조인데, 홍수 때 수난 구조를 하기 위해서 땅에 있어야 하는 것도 난센스 같았다. 1년 중 비 오는 기간은 얼마 안 되는데, 사용하는 사람을 위하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플로팅 한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광나루 수난구조대는 건물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건물이 아니라 시설물이다. 한강에는 건축이 없다. 시설물밖에 안 된다. 그리고 철골콘크리트로 지을 수 없다 보니 재료도 철물 같은 거로 조립할 수 있는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터디할 때는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재료도 있었는데 비용 때문에 실현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해머로 누른 콘티 타공을 썼는데, 현장에서 햇살이 딱 한강에 비치면 울렁이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한강에 뭔가를 할 때, 한강공원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이 보기에도 좋아야 한다. 주변의 다른 건물을 보면 예전 서울시 디자인과에서 화장실을 매뉴얼화해서 노란색으로 만든 게 있다. 그 이후에 건축가들이 만든 전망대도 있어서 조금 일반적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필요에 의한 결과물이라고 하지만 4면의 표정이 다르다.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김빈 우리 작업을 보면 기본적으로 재료를 많이 쓰지 않는다. 쓰더라도 하나의 재료로 강조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면서 변화를 주는 건데 광나루의 경우는 긴 면과 짧은 면의 프로그램이 극단적으로 달랐다. 메인 프로그램은 짧은 면에 다 몰려 있고 긴 쪽으로는 서비스-헬스장이나 이런 동선이 붙어 있다. 그러면 접근할 때 한쪽 재료를 다르게 표현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키네틱으로 접근했다가 그곳이 창이 많아야 하는 곳과 적어도 되는 곳이 있어서 피하고, 그럼 뭐가 좋을까를 고민했다. 결국, 철골 구조라 물에 떠야 해서 무거운 재료를 배제하고 나니 금속으로 점점 좁혀졌다. 금속 표면이 울렁거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마다 재료를 통일하려고 애쓰고 그걸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며 접근하는 것 같다. 망우 119안전센터에서는 콘크리트를 쓰고 있는데 어떻게 접근했는지 궁금하다. 김빈 덩어리를 스터디하면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어긋나게 하면서 복합적으로 아이디어가 생긴 것 같다. 3.9라는 세팅을 해놓고 3분의 1씩 끊어내면서 외부에서 조경이 되는 면이 생기고 어느 곳은 안에서 쓰기 좋은 공간이 생기도록 조합했다. 그래서 큰 틀에서는 보면 한 층에 재료 세 개가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사이 공간에 대한 비례감이나 공간감이 인상적이다. 망우 119안전센터나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지는 사이 공간을 만날 수 있다. 특별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 있는가? 김빈 일반론으로 말하자면 공간을 시뮬레이션하고 세팅할 때 적당한 치수를 가지고 접근한다. 예를 들어 망우 119안전센터의 조그만 테라스 같은 경우, 숙소 사이에서 한 사람이 바람 쐬러 나왔을 때 적절한 공간이다. 어느 정도 크기라면 이곳을 쓸 수 있냐는 접근을 하고, 이것을 입체적으로 보았을 때 어떤지 살펴본다. 결국, 치수나 스케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치수의 기준은 무엇인가? 치수가 아니더라도 외부 공간이나 연결 공간을 만들 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서 듣고 싶다. 김빈 당연히 감이 있다. 말씀드린 것처럼 예를 들어 외부 공간이 있다면 거기에 접한 복도나 실이 있다. 그 둘의 관계로 정해지기도 하고 아니면 전체 볼륨에서 테라스가 디자인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다른 볼륨을 조정하기도 하는데, 시작은 평면의 치수이고 이를 조정해나간다. 상당히 주관적일 수 있다. 유종수 처음 설계할 때 항상 콘셉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놀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주어진 조건에만 만족한다면 그냥 단순한 건물이 될 거다. 처음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건 결국 그런 부분들인 것 같다. 적정하게 부분마다 스케일, 비례감을 잘 찾아가면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한다. 김빈 SH 은평서대문종로센터같은 경우 튀어나온 볼륨과 들어간 부분이 요철을 이룬다. 튀어나온 부분은 책상 하나 정도 들어갈 수 있는 폭에서 조금 넓다. 그곳이 주 사무 공간이었기 때문에 마주 보는 책상이거나 책상 하나 정도 용납할 수 있는 최소 폭이었고, 그런 기준으로 폭을 조정해나갔다.   건축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태도에서 ‘직업인으로서 건축가의 의미’를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직업인으로서 건축가는 무엇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유종수 일단 직업으로서는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하는 직원들을 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사회는 계속 나아지고 있어서 우리도 더 좋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고, 한편 아무리 하려고 해도 뒷받침이 안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경제적인 부분도 있고 시스템 문제도 있고, 저희 때와 생각이 다르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씩 변화해 가면서 바꿔야 한다. 기본적으로 노동의 대가를 미루면 안 되고,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노동 시간과 근무 기준은 맞추고 싶은 게 우리의 큰 방향인데, 아직 우리도 그걸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실천을 함으로써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것을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김빈 ‘직업으로서의 건축가’라는 표현은 이런 거다. 건축가라는 직업이 가진 속성이 있다. 본질은 당연히 도시와 사회에 좋은 건물을 만들고 도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반면 그냥 직업으로서 속성이 있다. 건축가는 클라이언트가 있어야 존재한다. 의뢰인의 요구에 충실하다는 의미 보다는 직업이 가진 속성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공공 건축이든, 민간 건축이든, 일이 들어오면 제한된 조건에서 우리가 가진 전문성과 타고난 감각, 재능을 발휘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직업적 본질이다. 그것을 최대한 집중해서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를 바꾸려는 노력이 당연히 중요한데 건축가의 속성에 좀 더 집중하고 싶다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이다.   건축가로서 서울에 대응하는 태도도 궁금하다. 서울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건축가로서 서울의 속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여쭤보고 싶다. 김빈 사실 서울을 바라본다고 할 때 건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 빨리 변하는 것도 맞고 그 와중에 오래된 것을 남기려고 하는 반작용도 너무 강하다. 거기에 부동산이라는 경제 현상이 서울을 지배하고 있어서 건축적인 시각으로만 보기 어렵다. 어쩌면 지금 용광로 같은 상황 자체가 서울의 모습이 아닐까? 변화의 속도에 대응한다기보다 서울에서 계속 작업을 한다면, 결국 우리가 가져와야 할 콘텍스트는 서울의 역사라기보다 지금 주어진 상황 자체가 아닐까 싶다. 그때그때 주변에서 취할 수 있는 걸 취하면서 자유롭게 접근하면 좋겠다. 유종수 깊게 생각해본 것이 아니라서 조심스럽다. 단지 내가 사는 도시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사실 건축하면서 속도감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단지 대전차기지처럼 프로젝트가 주어졌을 때 불과 50년 전에 황무지였던 곳에 아파트가 우후죽순 들어서는 자료를 보면 정말 빠르게 변하는 도시구나 싶다. 하지만 그런 것도 그냥 관념 중 하나인 것 같다. 그저 내게 주어진 건축에서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저는 건물 하나로 도시를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거꾸로 생각하면 50년 만에 이렇게 바뀌었는데, 과연 50년 이후에는 우후죽순 들어선 아파트들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를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항상 조심스러운 게 건축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도시와 도시 계획대로 조성되는 도시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만든 도시 중에서 좋은 도시가 없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완성도를 만들기 가장 어려운 공공 건축 분야에서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이미 증명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지금 진행하시고 있는 민간 프로젝트 소개도 부탁드린다. 김빈 제주도에 300㎡(90평) 주택을 하고 있다. 또 성수동에 복합문화시설을 설계하고 있다. 기존 공장을 남기면서 위로 새롭게 증축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남산에 네리앤후 상하이 중국 건축가와 로컬 아키텍트로 협업하고 있다.   코어건축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빈 건축적인 부분과 회사 시스템이 아닐까? 회사의 시스템은 상식적인 회사 운영을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아틀리에라는 게 시간을 많이 들이니까 당연히 시스템이 필요하다.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게 의미 있는 건 알지만 일반적인 회사 운영의 관점에서 보면 비상식적인 부분이 많다. 상식적인 근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직원들이 아직 야근을 많이 해서 안타깝지만 덜 하게 하고 싶다.   유종수 최근 민간 지명공모전에서 우리가 선택된 것은 건축주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 줄 수 있겠다는 이유였다. 안을 고집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바뀔 수도 있다. 그게 좋다, 나쁘다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우리는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색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결과물로 만들어 보여주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부탁드린다. 유종수 시민들에게 쉽게 얘기한다고 해도 건축가의 이야기가 잘 와닿지도 않을 수 있다. 건축이라는 게 꼭 어려운 게 아니고, 오픈하우스서울에서 시민들에게 많은 건축을 알리면서 건축이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저희 작업도 그렇게 봐주시면 좋겠다. 김빈 순간순간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 애쓰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이 건축이니까 좋은 걸 만들려고 한다. OHS   인터뷰 임진영 사진 이강석
OPENHOUSE 삶을 담은 단독 주택 꾸준히 사랑받는 오픈하우스서울의 주택 오픈하우스는 주거의 선택지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보여준다. 건축적인 아이디어로 최소의 조건을 극복해낸 협소주택부터 주변 환경에 대응하고 가족의 바람을 담은 단독 주택들은 각각의 이야기를 담은 소우주가 된다. 구조, 재료부터 공간 구성까지 오늘의 집을 만나는 오픈하우스를 통해 집의 의미를 함께 나눠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