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슬로우 클레이 스튜디오

조윤희(구보건축)+홍지학(충남대)

2024년 10월 26일 2:00PM
서울특별시 이태원동 667번지
참가비 10,000원

오픈하우스 진행 주미호 구보건축 실장


이태원, 이야기를 굽는 스튜디오  

이태원에서 남산 3호 터널로 올라가는 길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항상 우리의 관심을 끄는 외관을 가진 아주 오래된 건물이 있었다. 어느 날 이 건물을 고쳐서 사용하고 싶다는 건축주가 운명처럼 우리에게 찾아왔다. 의뢰를 받고 현장을 방문했을 때, 토토로에 나오는 집처럼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불법 증축이 있고, 대지분쟁의 과정에 있으며, 정비사업구역으로 지정되어 토지측량이 불가한 곳이었다. 거기다 지은 지 40년이 된, 기존 도면도 없는 복잡한 건물로서 건축가로서는 다루기 골치 아픈 여러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건물이 가진 공간적 매력, 다채로운 입면, ‘공유도예공방’이라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하 1층은 가마를 배치하여 도자기를 굽는 공간, 지상 1층은 작은 카페와 도예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소매점, 그리고 대로변에서 잘 보이는 곳에서 클레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지상 2층은 공방의 주요 작업공간으로서 방문객들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스스로 원하는 시간에 방문할 수 있도록 별도의 출입이 필요했다. 관리 공간은 3층, 그리고 남산타워의 뷰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옥탑 공간은 집주인의 아지트로 꾸며졌다. 

‘이렇게 그냥 놔두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최소한만 손을 댔다. 토토로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북측 외관은 서로 다르게 생긴 창문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벽돌을 최대한 깔끔하게 청소하고, 마감이 낡게 된 부분은 비슷한 색상의 벽돌을 찾아서 보수했다. 도로변을 마주하는 서측면은 북측면과는 다른 입면구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층별로 얕은 켜의 테라스가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기존의 테라스 구성을 유지하고 마감재만 정성껏 고른 흰 타일로 변경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깨끗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제하고자 했고, 대신 작업하기에 편리하면서 건물 앞의 가로수나 멀리 있는 남산 조망, 좋은 날씨의 자연채광을 한껏 누릴 수 있는 곳이 되도록 하였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손으로 흙을 만지며 자신과의 시간을 보내는 장소를 만들어 많은 이들이 마음의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축주의 소망을 구현하는 공간이 만들고 싶었다.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제한된 예산과 인접지와의 치열한 민원, 노후한 건물의 구조 성능 보강과 물이 차오르는 지하 공간을 방어하는 일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을 함께 겪으면서 의연하게 대처하는 건축주를 겪어보니 그의 소망이 잘 실현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많은 분들의 건강한 작업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글 사진 구보건축


구보건축
gubo.kr

조윤희
조윤희는 2015년부터 구보건축을 설립하여 건축설계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대학교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의 이로재와 미국의 하월러 플러스 윤 아키텍처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왔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도시 만들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2021년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다.

홍지학
홍지학은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해안건축, 미국 보스턴의 센터 포 어드밴스드 어바니즘(CAU)에서 연구와 실무 경험을 쌓은 후 2015년 구보건축을 설립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건축대학원에서 아키텍추럴 어바니즘을 전공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건축역사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설계: 조윤희(구보건축)+홍지학(충남대)
설계담당: 이문정+천민기 
위치: 서울시 이태원동 667번지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217.2㎡
건축면적: 123.12㎡
연면적: 508.56㎡
구조설계: 빌딩닥터
기계설계: 이한근
전기설계: 천누
시공: 집업
의뢰인: 개인

Map서울특별시 이태원동 667번지
건축가조윤희(구보건축)+홍지학(충남대)
설계 담당이문정 + 천민기 
건축주개인
일시2024년 10월 26일 2:00PM
위치서울특별시 이태원동 667번지
집합 장소건물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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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YOURSELF 경리계단길,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요앞 건축사사무소) 고립된 경사지의 자생적 지속가능성 차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땅, 경사지에 있는 땅, 인접한 건물이 경계를 침범해 있는 땅, 폭이 좁고 면적이 작으며 일조량이 적은 땅. 경리계단길의 대지는 이 모든 악조건을 가진 땅이었다. 이러한 난제 속에 ‘길’의 의미에 집중해서 건축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태원의 골목길 대지의 위치는 경리단 골목길, 그중에서도 윗동네로 골목의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남산과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위태위태하게 다니던 길과 옹벽, 그리고 계단이 있다. 우리가 설계한 계단은 고립된 경사지와 기존 동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어주며, 지붕과 골목의 연장이 되기도 하며 계단의 관습적 정의를 넘어선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태원의 흔한 계단 골목길에도 법규는 적용된다. 「건축법」에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로 정의되며 대지는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물을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으로 보기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한 기능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오래된 경사지에서 살아온 주민들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기보다 대부분 ‘대규모 재개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이러한 고립된 경사대지가 지속 가능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자생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계단이 건축의 계단으로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도로와 단차가 있어서 윗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적상 도로는 끊어져 있지만 경리단길의 동네 사람들은 우리 대지의 아슬아슬한 계단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기존 길은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로 인정하고, 길의 중심에서 2m씩 밀어 4m를 확보해야 했다. 토지대장상 면적 100㎡에서 옆집으로, 도로로, 가각전제로(사실 가각전제의 법 취지는 차량 통행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0평 땅에 10평 남짓을 계단길로 내주고 나서 20평의 땅에 설계를 시작했다. 면적은 줄었지만 더더욱 ‘길’이 가진 가치에 집중했고 그것이 건축의 모든 해결책으로 작용했다. 1층은 아랫길에서 진입하거나 윗길에서 한층 내려가 들어가고, 윗길에서는 바로 2층으로 연결되고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린다. 이곳은 삼거리 골목이었는데 이제 사거리가 되었다. 3층과 4층은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4층에서는 남산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 5층부터는 계단이 방향이 바뀌며, 아랫길 더 먼 곳에서 길의 지층을 느낄 수 있도록 계단이 단면 방향으로 바뀐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임에도 외부계단은 심리적으로 더 낮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층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경리단길에서 이어진 도시의 골목 계단길은 건축의 계단길로 변화하며 길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이 경계는 어느 곳에서나 점차적이며 계단이 가지는 다양한 층위로 도시를 만난다. 민간건축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계단의 변주가 곧 건축의 입면에서 도시의 입면으로 확장된다. 외피의 두 얼굴 경리계단길의 외피는 거칠다. 예전 도시의 골목길 담장들도 거친 질감이 많다. 담장의 거친 질감을 대지 내로 끌어 쓰고 그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를 파헤며 길을 내고 싶었다. 마치 장소의 부산물인 양, 지역성의 현재처럼 자연스러운 두 개의 질감을 대치시켰다. 기술적으로는 좁은 길에서 가설공사를 하기도 어려웠고, 외줄 비계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외벽에 디테일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리계단길에는 거푸집만으로 패턴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턴 콘크리트를 써서 작업의 공정도 줄이고 안정성 또한 확보했다. 건물계단길 측면에는 테라코타 타일을 붙였다. 손에 닿는 곳은 조금 더 소프트한 느낌의 재료를 사용하고 싶었고, 만져도 괜찮고 청소도 용이한 자재를 찾았다. 테라코타 타일은 벽과 바닥에 같은 색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생산되는 몇 안 되는 재료 중 하나다. 게다가 타일을 붙이는 면에서는 계단길로 한 칸 물러나서 길 공간을 이용해 쌍줄 비계를 설치하고 붙임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구축과 재료 사용의 논리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동등한 창의 비례 경리계단길의 긴 세로 창은 정사각형의 창과 대비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계단길 쪽 입면에는 폭이 좁고 긴 창을, 차가 다니는 윗길과 만나는 입면에는 가로가 넓은 창을 구성해 길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을 마주한다. 세로로 길게 반복되는 창은 협소한 건물 내부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남산과 경리단의 풍경을 들여온다. 건물 외부의 풍경이 내부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공간이 연속되었으면 했다. 길가에 있는 여느 상점들처럼 외부의 풍경을 공유하며 협소한 내부를 극복하길 바랐다. 시공의 두려움 속 의외의 즐거움 협소하고 차가 닿지 않는 곳이라 공사계획을 세우며 견적을 내는 과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장비차량 위치를 정하고, 자재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윗길에서 누구의 것도 아닌 자투리땅을 발견하고 차량을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형장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장비를 들고 옮길 정도는 되는 공간이 운 좋게 하나씩 확보되면서 공사는 천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막상 지어지는 걸 눈으로 보니 작업자들도 수월하게 현장을 오기 시작하면서 시공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어려운 땅일수록 구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평범한 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디테일과 구축, 한계와 실험에 대한 생각이 명료한 덩어리와 물성으로 도시에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작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어낸 경리계단길은 따뜻하지만 낯설다. 이 결과물 앞에서 예상보다 많은 도시적, 건축적, 기술적인 질문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예전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숫자보다는 ‘골목 끝집’이나, ‘계단 위 붉은 대문집’처럼 그 특징적 모습으로 불렸다. 요즘의 주소나 층수, 호수 등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숫자는 경리계단길 건물에서 난독을 불러온다. 이곳이 오래된 동네의 ‘계단 위 테라스 앞집’이나 ‘윗 계단길에서 내려오면 처음 보이는 가게’처럼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계단은 끊임없는 탐구 대상이다. 사유와 공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우연한 만남을 촉발하며 도시로 뻗어나가는 파사드다. 경리계단길이 골목과 함께 천천히 오래오래 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요앞 건축사사무소 사진 류인근 요앞 건축사사무소 yoa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