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폴디드 그라운드

한지영 + 황수용(LIFE건축사사무소)

2024년 11월 1일 1:00PM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1
참가비 10,000원
사진_신경섭
사진_신경섭

접힌 파사드, 펼쳐진 시선

도시의 풍경에 대응하는 방법
홍대 앞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장소 중 하나인 홍대 앞 놀이터(홍익공원)는 프리마켓, 버스킹, 희망 시장 등의 활동으로 문화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공공적이고 문화적인 공간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대상지는 지역의 문화적인 배경이 되는 동시에 근린생활시설로서 상업적인 역할이 필요한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어떻게 하면 업무 및 상업 시설의 내부 공간이 활기 있는 홍대 주변의 분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까였다. 대지의 3면이 시각적으로 열려있는 상황에서 주변에서 바라보는, 또 내부에서 느끼는 서로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3면이 홍대 앞 와우산로와 놀이터에 면해 있는 대상지는 주변과의 시각적인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항상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면서도 공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장소와 소통하며 관계를 끌어낼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입면의 연속되는 세면의 파사드는 주변에 대응하는 하나의 커다란 그라운드이고 그 면들이 포개지면서(folded) 각각 주변에 관계한다고 생각해 보았다.

외부와 적절한 거리를 위한 레이어
내부 공간과 발코니, 그리고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건물의 스킨은 비워진 사이 공간의 공극으로 도심의 밀도 높은 환경에서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어 준다, 외부에 바로 노출되어야 하는 상업 공간, 주변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사무공간 그리고 수직적인 연결을 위해 비워진 공간 등 각 공간의 성격에 따라서 다른 방법으로 주변과 대응하도록 고려하였다.

새로운 시선
구조체 사이사이를 통과하는 시선을 통해 사용자에게 예상치 못한 경관을 보여준다. 사용자는 둘러싸인 구조체 속에서 홍대의 복잡다단한 컨텍스트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느낌을 받는다. 보행자 또한 홍대의 갑작스럽고 직접적인 건축물과 간판의 홍수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놀이터로 왔을 때 편안하게 거리를 두는 건축물을 발견할 수 있다.

보행자가 바라보는 건축물의 인상 또한 건물이라기보다는, 놀이터의 커다랗고 오래된 수목과 잘 어우러진 구조물이다. 홍대 정문 앞 사거리, 사람들이 일제히 보도를 건너기 전, 횡단 신호를 기다리면서 놀이터의 수목과 어우러진 구조체를 조망할 수 있다. 나무가 가진 자연스러운 사선이 건축물의 사선으로 이어지면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이 어떤 것인지, 도시 속에서 작은 어울림을 보게 된다. 

새로운 프레임으로 나눠지는 외부 경관
사선의 콘크리트 구조체는 밖으로 보이는 경관을 새로운 방식의 프레임으로 나눠준다. 또한 같은 패턴으로 연속적으로 접혀있는 구조를 따라서 수직적으로 이동하다 보면 마치 구조체 안을 탐험하며 이동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렇게 내부와 외부를 가로지르는 구조체는 수직적으로 공간이 연속되고 있음을 암시하고 외부와 연속적으로 면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LIFE건축사사무소 사진 신경섭

LIFE건축사사무소
한지영은 공간이 사용되는 순간 지각되는 요소들에 집중하고 그 관계를 공간에 풀어낸다. 황수용은 건축가의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는 이해하기 쉬운 건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두 사람은 연세대학교에서 만나 석사학위를 받고 2016년 LIFE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성수동 A빌딩, 제주 오형제, 동교동 브레이스, 파주4+1주택, 서울시립농아인복지관 설계공모 당선작 등을 설계하였고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부문 우수상(2021), 제주건축문화대상(2021) 본상, 경기도건축문화대상(2020), 푸르지오디자인 공모전(2011) 대상을 받았다.

설계: LIFE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1
지역지구: 2종 일반주거지역
대지면적: 343.8㎡ 
연면적: 1,108.27㎡
건축면적: 204.42㎡
건폐율: 59.46%
용적률: 199.98%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규모: 지하 2층, 지상 6층
높이: 28.14m 
Map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1
건축가한지영 + 황수용(LIFE건축사사무소)
일시2024년 11월 1일 1:00PM
위치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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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YOURSELF 경리계단길,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요앞 건축사사무소) 고립된 경사지의 자생적 지속가능성 차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땅, 경사지에 있는 땅, 인접한 건물이 경계를 침범해 있는 땅, 폭이 좁고 면적이 작으며 일조량이 적은 땅. 경리계단길의 대지는 이 모든 악조건을 가진 땅이었다. 이러한 난제 속에 ‘길’의 의미에 집중해서 건축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태원의 골목길 대지의 위치는 경리단 골목길, 그중에서도 윗동네로 골목의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남산과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위태위태하게 다니던 길과 옹벽, 그리고 계단이 있다. 우리가 설계한 계단은 고립된 경사지와 기존 동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어주며, 지붕과 골목의 연장이 되기도 하며 계단의 관습적 정의를 넘어선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태원의 흔한 계단 골목길에도 법규는 적용된다. 「건축법」에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로 정의되며 대지는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물을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으로 보기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한 기능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오래된 경사지에서 살아온 주민들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기보다 대부분 ‘대규모 재개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이러한 고립된 경사대지가 지속 가능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자생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계단이 건축의 계단으로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도로와 단차가 있어서 윗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적상 도로는 끊어져 있지만 경리단길의 동네 사람들은 우리 대지의 아슬아슬한 계단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기존 길은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로 인정하고, 길의 중심에서 2m씩 밀어 4m를 확보해야 했다. 토지대장상 면적 100㎡에서 옆집으로, 도로로, 가각전제로(사실 가각전제의 법 취지는 차량 통행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0평 땅에 10평 남짓을 계단길로 내주고 나서 20평의 땅에 설계를 시작했다. 면적은 줄었지만 더더욱 ‘길’이 가진 가치에 집중했고 그것이 건축의 모든 해결책으로 작용했다. 1층은 아랫길에서 진입하거나 윗길에서 한층 내려가 들어가고, 윗길에서는 바로 2층으로 연결되고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린다. 이곳은 삼거리 골목이었는데 이제 사거리가 되었다. 3층과 4층은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4층에서는 남산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 5층부터는 계단이 방향이 바뀌며, 아랫길 더 먼 곳에서 길의 지층을 느낄 수 있도록 계단이 단면 방향으로 바뀐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임에도 외부계단은 심리적으로 더 낮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층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경리단길에서 이어진 도시의 골목 계단길은 건축의 계단길로 변화하며 길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이 경계는 어느 곳에서나 점차적이며 계단이 가지는 다양한 층위로 도시를 만난다. 민간건축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계단의 변주가 곧 건축의 입면에서 도시의 입면으로 확장된다. 외피의 두 얼굴 경리계단길의 외피는 거칠다. 예전 도시의 골목길 담장들도 거친 질감이 많다. 담장의 거친 질감을 대지 내로 끌어 쓰고 그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를 파헤며 길을 내고 싶었다. 마치 장소의 부산물인 양, 지역성의 현재처럼 자연스러운 두 개의 질감을 대치시켰다. 기술적으로는 좁은 길에서 가설공사를 하기도 어려웠고, 외줄 비계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외벽에 디테일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리계단길에는 거푸집만으로 패턴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턴 콘크리트를 써서 작업의 공정도 줄이고 안정성 또한 확보했다. 건물계단길 측면에는 테라코타 타일을 붙였다. 손에 닿는 곳은 조금 더 소프트한 느낌의 재료를 사용하고 싶었고, 만져도 괜찮고 청소도 용이한 자재를 찾았다. 테라코타 타일은 벽과 바닥에 같은 색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생산되는 몇 안 되는 재료 중 하나다. 게다가 타일을 붙이는 면에서는 계단길로 한 칸 물러나서 길 공간을 이용해 쌍줄 비계를 설치하고 붙임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구축과 재료 사용의 논리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동등한 창의 비례 경리계단길의 긴 세로 창은 정사각형의 창과 대비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계단길 쪽 입면에는 폭이 좁고 긴 창을, 차가 다니는 윗길과 만나는 입면에는 가로가 넓은 창을 구성해 길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을 마주한다. 세로로 길게 반복되는 창은 협소한 건물 내부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남산과 경리단의 풍경을 들여온다. 건물 외부의 풍경이 내부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공간이 연속되었으면 했다. 길가에 있는 여느 상점들처럼 외부의 풍경을 공유하며 협소한 내부를 극복하길 바랐다. 시공의 두려움 속 의외의 즐거움 협소하고 차가 닿지 않는 곳이라 공사계획을 세우며 견적을 내는 과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장비차량 위치를 정하고, 자재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윗길에서 누구의 것도 아닌 자투리땅을 발견하고 차량을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형장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장비를 들고 옮길 정도는 되는 공간이 운 좋게 하나씩 확보되면서 공사는 천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막상 지어지는 걸 눈으로 보니 작업자들도 수월하게 현장을 오기 시작하면서 시공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어려운 땅일수록 구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평범한 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디테일과 구축, 한계와 실험에 대한 생각이 명료한 덩어리와 물성으로 도시에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작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어낸 경리계단길은 따뜻하지만 낯설다. 이 결과물 앞에서 예상보다 많은 도시적, 건축적, 기술적인 질문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예전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숫자보다는 ‘골목 끝집’이나, ‘계단 위 붉은 대문집’처럼 그 특징적 모습으로 불렸다. 요즘의 주소나 층수, 호수 등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숫자는 경리계단길 건물에서 난독을 불러온다. 이곳이 오래된 동네의 ‘계단 위 테라스 앞집’이나 ‘윗 계단길에서 내려오면 처음 보이는 가게’처럼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계단은 끊임없는 탐구 대상이다. 사유와 공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우연한 만남을 촉발하며 도시로 뻗어나가는 파사드다. 경리계단길이 골목과 함께 천천히 오래오래 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요앞 건축사사무소 사진 류인근 요앞 건축사사무소 yoa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