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T YOURSELF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사진_신경섭
사진_신경섭
사진_신경섭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도시의 창작자들의 프로그램이 수용가능한 열린 플랫폼이자, 도시와 사람을 비추며 새로운 보행자의 시선을 증폭시켜주는 광학 장치이다. 서울로 7017로 인해서 생겨나는 중요한 도시 경험은 고가를 올려다보고 도시를 조망하는 새로운 보행자의 시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슬’은 만리동 뒤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시각적인 도시 경험을 증폭시키는 장소다. 올려보고 내려보는 행위들 사이에 하나의 커다란 광학 장치를 두고, 사람들이 앞으로 변화될 만리동의 상들을 유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윤슬’은 서울로 7017을 걷는 보행자들의 시각적 경험이 머무는 도착지이다. 새로운 높이에 만들어진 보행자의 시선은 만리동 광장에 이르러 작품 속으로 집중된다. ‘윤슬’은 보행자들이 작품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도록 한다. 외부에서 내부로 걸어 들어가며 도시와 공원의 다양한 상이 맺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도시경관을 다양한 상으로 반사하는 광학장치이다. 가까이 갈 수록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점진적으로 도시 밖으로 보여진다. 작품의 깊숙한 내부는 비워진 공간과 휴식을 위해 앉아서 머물 수 있는 바닥이 펼쳐진다. 도시를 비추는 지붕과 비워진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 문화 행위들이 담겨진다. 야간에는 도시를 반사하던 거울이 빛을 내어 작품 내부를 밝힌다.

글 사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societyofarchitecture.com
@soaseoul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는 2010년 서울에서 설립되어 도시와 건축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스케일의 구축환경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는 젊은 건축가 그룹이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새건축사협의회가 주최하는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MoMA), 국립현대미술관(MMCA)이 주관하는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의 우승자로 선정되었다. 김수근 프리뷰상(2016), 「아키텍처럴 리뷰(Architectural Review)」가 주관하는 이멀징 아키텍처 어워드(Emerging Architecture Award) 파이널리스트(2016)에 선정됐으며 코리아디자인어워드(2020), 서울시건축상 최우수상(2020)과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2023)을 수상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등의 전시에 참여했고,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생산도시>를 기획했으며, 202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초청되었다.
 

클라이언트: 서울시 디자인 정책과
위치: 서울시 중구 만리동1가 22-1
연도: 2017
프로그램: 공공미술, 공공공간
규모: 481 m²
건축 설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강예린, 이치훈, 이재원)
설계팀: 김민성, 강혜원, 전하경, 서경택, 김은영
파라메트릭 디자인 컨설턴트: 한기준, 김기영, 박성현
구조설계: 박병순(터구조)
기계·전기설계: 이종호(태인)
시공: 윤종호, 윤희청

Map서울시 중구 만리동1가 22-1
건축가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설계 담당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강예린, 이치훈, 이재원)
건축주서울시 디자인 정책과
위치서울시 중구 만리동1가 22-1
TOP LIST
OPENHOUSE 구산동도서관마을, 최재원(플로건축사사무소) 구산동 도서관마을은 도시 뒷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지 막다른 골목의 다가구 주택, 단독주택을 도서관으로 변환하는 프로젝트였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주택의 무수한 방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고 이에 기존 방들의 모듈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단순한 2개의 복도로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모든 방들은 이 두 복도로 연결된다. 도서관 사용자는 기존 골목을 오가며 책을 고르고 주택의 방에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존 주택 스케일의 편안함을 지닌 방들은 열람실을 기본으로 토론방, 동아리 활동실, 소리 내어 책읽어주는 방 등 주민들의 활동들로 채워지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단순히 새로 건립된 도서관이 아니라 기존의 주택건물, 기존의 골목 등 기존 마을 조직을 그대로 활용하여 주민들이 지닌 마을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고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긴 공간이기를 바랬다. 책상이 된 방문, 열람실이 된 방, 책복도가 된 골목, 미디어실이 된 주차장, 토론방이 된 거실, 당시 유행했던 재료를 알려주는 건물의 벽돌과 화강석들, 내부로 들어온 발코니들, 벤치가 된 기존 건물의 기초 등 그 장소에 남아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골목을 거닐 듯 책복도와 마을마당을 거닐고 어린이, 청소년, 노인이 커뮤니티를 이루며 각자의 혹은 그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써내려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최재원 사진 황규백 플로건축사사무소 floarchitects.kr/ 구산동도서관마을 주소 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13길 29-23 개관 화 - 금 09:00~22:00,  주말 09:00~18:00 휴관 매주 월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공휴일, 장서 점검 및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날, 기타 도서관 사정에 의한 임시 휴관일 문의 02-357-0100 웹사이트 https://www.gsvlib.or.kr/
OPENHOUSE 한강공원 양화지구 매점, 유종수 + 김빈 한강공원은 인구 천만의 도시 서울에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쉼터이며, 소극적인 휴식부터 적극적인 활동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문화와 레저의 공간이다. 운동 시설, 매점, 공중화장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기후 특성인 하절기의 집중호우에 대비하여 많은 시설이 물에 뜨는 부력식 구조로 되어 있다. 한강매점은 대체로 사람들의 통행량이 많은 곳에 있으나 기존 매점은 이러한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공간 유연성이 부족하여 저장공간이나 설비 공간 등이 무분별하게 덧대어져 사용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한강의 경관을 저해하고 있으며, 매점의 구조와 평면 구성, 재료의 사용 등이 자연과 도시의 공존이라는 한강공원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부분을 주목하여 양화지구 한강공원이 가지고 있는 주변 환경(한강-철교-여의도 마천루)을 조망할 수 있고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 가능한 건물의 배치와 평면을 계획하였다.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부속시설은 오히려 적극적인 디자인 어휘로 사용되었다. 사용상 요구되는 부속시설은 각각 순수한 도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이 도형의 형태를 통해 건물 외부 전면에 드러나도록 하였다.  원형의 데크로 순환형 동선을 구성하여 조망과 함께 편리한 동선, 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건물의 네 면에 수직 동선, 실외기실, 창고 등을 계획하여 향후 무분별한 시설 증축을 방지하고자 하였다. 건물의 외벽을 최대한 유리로 처리하여 주변의 조망과 건물의 개방감을 확보하고, 물에 뜨는 부력식 건물의 특성을 고려하여 가벼운 재료로 마감하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노출된 도형들은 한강공원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생경한 풍경과 조형적 시설물로 인지되기를 바란다. 한강공원 양화지구 매점 이용기간 연중 운영시간 00:00~24:00 문의 양화안내센터 02-3780-0581~3, 운영총괄과 02-3780-0807 글 유종수, 김빈 사진 노경  (주)코어건축사사무소 co-re.kr
OPENHOUSE 여성가족복합시설 스페이스살림, 최정우 + 이승윤 + 김영주((주)유니트에이 건축사사무소) 스페이스 살림은 도시 내 다양한 레벨과 만나는 '시설이 아닌 장소'로서의 공공공간이다. 도시 맥락을 고려하여 대상지와 접한 모든 길에서 이어지는 크고 작은 길과 마당을 직교하여 구성하였다. 건물군의 배치 또한 군집된 시설이 아닌 흩어져 있는 마을 안의 집이 되길 의도하였다. 대방역과 연결되는 지하층은 ‘손'으로 하는 다양한 작업과 협업을 지원하는 공간이며, 지상의 공간은 시민들의 자율성으로 만들어가는 여백의 장소들이다. 스페이스 살림은 여전히 진행형의 공간으로 시민들이 사용하면서 변경되고 덧붙여지거나, 혹은 확장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배려했다. 따라서 모든 방은 동일 모듈이 변주되어 향후 다양한 크기들로 확장되거나 나눠질 수 있도록 의도하였다.  스페이스 살림은 도시 건축이다. 도시의 길과 레벨을 섬세하게 조정하여 건물과 길이 모두 만나게 했고, 생활 가로가 건축공간으로 이어진다. 모든 레벨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 1/24의 램프로 단차를 극복하고, 코어를 흩어 놓아 건물의 어느 공간이든 쉽게 갈 수 있게 하였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육아 공유오피스, 여성 선도형 스타트업들은 상생하며 발전적 관계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장소이며, 공간의 위계가 분명한 공공 건축이 아닌 관계의 수평성과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장소로서의 도시 건축을 지향한다. 스페이스 살림은 용적률을 절반도 채우지 않았다. 연수시설을 제외한 지상 3층이 최고층이며, 지상 3층 또한 대부분 옥외공간으로 활용되도록 계획하였다. 대방역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 2개 층의 레벨에서는 13개의 선큰과 흩어진 코어로 구성되어 작업장들의 관계를 설정하고 외부와 유연한 경계를 만드는 공간들이다. 선큰 가든은 지상층의 크고 작은 길로 연결되며 채광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지하 공간의 활용성이 더욱 증대되도록 구성하였다. 글  ㈜건축사사무소 유니트유에이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여성가족복합시설 스페이스 살림 주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노량진로 10 개관 월 – 금 9:00~21:00, 토 9:00~18:00 * 공간별로 운영시간이 다르므로 상세한 정보는 홈페이지 '공간' 메뉴를 통해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휴관 일요일, 법정 공휴일 대표번호 02-810-5201  입주기업 모집 문의 02-810-5256 웹사이트 spacesallim.or.kr  
OPENHOUSE 숨쉬는 그물, 조남호+임기웅(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2023 지역단위 공공미술 프로젝트 서울숲, 숨쉬는 그물   “생태적이고, 미학적이며, 기능적인 방식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과 관계되어 있는 시설물”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비롯된 전체에서 부분은 한 요소 또는 도구적 수단에 불과하다. 생태학에서는 부분에서 전체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나아간다. 다공성 목재 세포의 원리는 그물구조의 구성 요소, 단위, 야외공연장의 무대와 주변 공간을 통합하는 시설의 형태 원리로 확장된다. 목재는 약함과 강함의 대비되는 속성을 동시에 갖은 재료다. 서울숲 숨쉬는 그물주재료로 목재를 선택하는 이유는 ‘약함’의 속성에 있다. 근대를 대표하는 철, 콘크리트 같은 ‘강함’의 속성은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에서 어느 순간 그 방향을 바꿔 우리를 향해 날 선 모습으로 다가온다. 마치 나무의 껍질의 원리처럼 약함이 서로 연대해 나무의 안쪽을 보호하는 것처럼, 강함에 대체하는 재료와 구축시스템을 제안한다.    「숨쉬는 그물」은 ‘관계를 이어주는 느슨한 기하학적 질서’를 갖는다. 야외공연장의 무대를 중심으로 무대로 향하는 네 개의 동선과 두 개의 쉼터를 느슨한 그물망 형태의 지붕 아래 통합한다. 새로운 시설은 오브젝트가 아닌, 관계를 통합하고 조율하는 중성적인 형태로 인식되지만, 다공성 표면의 조합에 의해 고유성이 드러난다. 공연장의 무대와 통로, 계단, 부대시설, 보행로 주변 공간을 포함하는 30mx11.5m 크기의 공간을 1m 간격의 목조 수평 서까레로 구성된 느슨한 질서의 지붕으로 덮는다. 공연장의 무대는 통로까지 포함한 18m 폭의 공간으로 확장해,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제안한다. 북쪽 보행로 쪽으로 확장된 지붕은 다공성의 벽면과 함께 그늘 쉼터를 이루는 요소다. 이 다공성의 구조물은 풍화의 세월을 더해 자연의 일부가 되어간다.    산림은 배출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때, ‘탄소 흡수원 Carbon Sink’로 간주 된다.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많은 재료 대신 탄소를 흡수 저장하는 목재를 사용하면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데 기여 한다. 목재를 건축자재로 활용했을 경우 목재사용량 1m³당 0.25ton의 탄소를 저감한 것으로 계산한다.탄소를 저감하는 재료적 특성과 더불어 우리가 제안하는 생태적인 다공성 그물망은 서울숲을 넘어 보편적 도시건축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작업이다. 글 조남호 사진 윤준환 (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soltos.kr
OPENHOUSE 인왕산 숲속쉼터, 조남호(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 김은진, 김상언(에스엔 건축사사무소) * 주차공간이 협소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왕산 자락길, 인왕산 숲길, 등산로 등을 통해 도보로 오실 수 있습니다. 도보로 20분이 걸리는 등산로이니, 편한 복장과 신발을 착장하시고 오래 걷기 어려우신 분들은 프로그램 신청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 방문 전 인왕산 초소책방 홈페이지를 참고하셔서 오는방법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왕산  초소책방 홈페이지 https://chosobooks.com/contact * 인왕산 숲속쉼터 근처 인왕산 초소책방도 방문 가능하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왕산 초소책방 정보  https://www.ohseoul.org/2022/programs/인왕산-초소책방/event/267 1968년 1·21사태 이후 북악산과 인왕산에 30여 개의 군 초소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점차 그 수를 줄여 오다가 2018년 정부는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된 20개 경계 초소 중 18개를 철거하고, 2개소는 훼철과 복원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보존했다. 초병의 거주 공간이었던 인왕3분초도 철근콘크리트조 필로티 위 상부 구조물을 철거하고, 시민들을 위한 쉼터로 재구성됐다. 오랜 반목과 통제의 상징인 인왕3분초는 개방의 시대, 교류를 상징하는 시민들의 숲속쉼터로 돌아왔다. 숲속쉼터는 시공성 등을 고려해 사전 제작된 목재를 헬기로 운송해 현장에서 조립됐다. 목조의 구법은 부재를 입체적으로 조립하여 3차원의 구조물을 조립하는 형식이다. 다양한 크기의 선부재를 맞춤과 조합을 통해 구조물을 이룬다. 숲속쉼터는 목구조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거대한 크기의 지붕판들은 목재 기둥 위에 얹혀 있지 않고, 기둥 사이에 끼워져 있다. 하중이 전달되는 자연스러운 구조 원리에 순응하지 않는다. 기둥 폭만큼 비운 사이 간접 조명은 두텁고 커다란 지붕판을 마치 떠 있는 듯 ‘가벼운’ 인상으로 변환한다. 가벼워진 지붕판은 산책자의 시선을 자연으로 향하게 한다. 글  조남호 사진 김용순  솔토지빈건축사사무소 soltos.kr 에스엔건축사사무소 sn-architecture.com 인왕산 숲속쉼터 장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운동 산 4-36 개관 화-일 10:00 ~ 17:00 휴관 월요일, 설 연휴, 추석 연휴 이용요금 무료 
OPENHOUSE 노원 책상 (노원구청 로비 리모델링), 조윤희 + 홍지학(구보건축) 공공건축의 개입과 갱신 노원구청은 청사가 신축된 1990년 이후 여러 차례 증축을 거듭하면서 시간의 켜가 곳곳에 쌓인 건물이었다. 당시 청사 건축이 대부분 그렇듯이 계획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건물의 면적을 늘려온 터라, 전체 청사군의 허브 공간 역할을 해야 할 로비가 애매한 크기와 공간 구조로 중앙에 자리 잡게 되었다. 구청 마당의 지하주차장, 동 측의 보건소, ‘ㄱ’자 평면으로 돌출된 별관 등 복잡하게 얽힌 주변 건물과의 연계가 원활하지 않아서, 노원구청 건물군 전체의 중추적 공공공간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공공 기능의 건물이 혼재되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이곳이 노원구민의 공적 삶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걸맞도록 공간의 구조와 흐름을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개입과 질서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조성 공사’라는 복잡한 명칭의 공모전에서 시작된 본 프로젝트는 작은 볼륨의 로비 공간을 키우고, 내부에 북카페를 중심으로 구민들을 위한 휴게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모전 지침서에 간단하게 서술된 개요와 달리, 복잡하게 얽힌 청사 건축물 군의 관계 속에서 건축가에게는 적절한 개입을 통해 질서를 잡아가는 고난도의 작업이 요구되었다. 1990년대 청사 건축은 지역사회에서 공공공간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채 실행되었기 때문에, 노원구청의 기존 로비 공간도 권위적인 공간 배치와 청사 각 부서의 오리엔테이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어져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청사 로비가 담당하게 되는 다양한 서비스 기능이 추가되었고, 기존 로비는 질서를 잃은 채, 카페, 전시대, 홍보용 현수막, 민원서비스 키오스크, 휴식공간 등 온갖 요소들이 각자 큰소리를 내며 서로 충돌하는 환경이었다. 이에 우리는 문화와 휴게라는 기능을 더하는 동시에, 청사 단지를 연계하는 로비 공간의 정체성을 명료하게 구축하고, 적절한 질서의 스케일을 제시하여, 로비를 본 청사의 입구, 식당, 지하주차장, 신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허브로 계획하려 하였다.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는 청사 로비 그 해결책으로 로비 문화휴게공간이 지역사회의 라운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양한 필요로 청사에 방문한 주민들이 느슨하게 잠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건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이렇게 열린 건축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는 이 장소를 ‘풍경을 발산하는 도시의 거실’이라고 이름 지었다. 도시의 거실이란, 도시 일부분으로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로비 문화휴게공간의 주재료 사용에 주의를 기울였다. 기존 청사 건물군은 백색 타일로 외장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와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유지관리의 측면도 고려하여 재료를 선택하였다. 밝은색의 테라코타를 오픈 조인트로 외벽 시공하였으며, 내부에도 동일한 재료로 벽체를 마감하여 외부와 내부, 도시와 공공건축의 연속성이 자연스럽게 확보되도록 하였다. ‘풍경의 발산’은 외부에서 들여다보이는 로비의 내부 풍경을 어떻게 틀 지을 것인가와 관계된다. 로비는 다양한 활동이 동시에 전개되는 장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선명한 프레임에 담고 싶었다. 외벽체는 전체를 바닥으로부터 2.4m 들어 올리고, 그 하부에 32mm 두께의 광폭 슬라이딩 알루미늄 프레임 창호가 수평중간틀(transom) 없이 전체를 가로지를 수 있게 했다. 외벽 전체를 커튼월 아트리움으로 만들어 공간의 크기를 강조하기보다는 묵직한 테라코타 벽체 밑으로 기둥의 간섭없이 가로로 긴 풍경을 열어 두었다. 이는 구청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보다 휴먼스케일에 가깝게 내부를 보여주고, ‘눈높이의 투명함’을 경험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가구로 만드는 건축 로비가 문화휴게공간으로서 작동하는 라운지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공적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현대건축가들에게 오랫동안 주요한 관심사로 자리 잡아, ‘특정한 불확정성(specific indeterminacy)’, ‘다원성(polyvalence)’ 등 여러 방식으로 개념화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청사 로비에 필요한 여러 프로그램에 대응하는 건축을 위하여, 비워두기보다는 일관된 언어를 사용하여 공간을 채워나가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가구의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가구는 폭과 높이의 미세한 치수 변화만으로도 행위의 지원 가능성이 극적으로 변화되는 장치이기 때문에, 로비 공간이 프로그램에 따라 구획되지 않고 자유롭게 연계되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데에도 적합했다. 동일한 재료와 구법으로 제작된 가구들의 크기만을 변화시키며, 휴식을 위한 평상, 대기하는 벤치, 책을 읽는 테이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음악을 듣는 의자, 책장, 카페의 카운터, 공연 관람을 위한 스탠드 등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가구의 유형을 정리했다.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와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공공 청사도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지역사회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크고 작은 변화를 수반하였고, 건축도 이에 맞춰 변경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원구청 로비 문화휴게공간 프로젝트는 도시에서 공공건축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의 변화를 감지한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기존에 완성된 구조물의 사이를 파고들어 새로운 장소를 덧붙이는 것은 계획의 측면뿐 아니라, 시공에서도 무척 험난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공공 청사가 지역사회의 라운지로서 기능한다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공공성을 고민해 볼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건축적으로 어떤 개입이 필요하고, 가능한지 숙고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었다. 글 구보건축 사진 텍스처온텍스처 구보건축 gubowork.com 노원구청 주소 서울특별시 노원구 노해로 437 개관 월 – 금 9:00~18:00  휴관 토, 일, 법정 공휴일 홈페이지 www.nowon.kr
OPENHOUSE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조진만(조진만 건축사사무소) * 내부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동에 제한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동작구 대방동의 벙커는 조성 시기가 불분명한 군용 시설이다. 가로 45m, 세로 12m, 높이 10m의 지하 공간은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단지 옆 대방 공원의 안에 조용히 묻힌 채 완전히 도시에서 숨겨진 공간이다. 군용 목적이 사라지자 한동안 주류업자가 와인 저장고로 쓰다 이후 공원의 관리용 자재창고로 방치되어 있었다. 주변에는 20곳의 학교들이 밀집한 곳이나 마땅히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벙커를 활용해서 매력 있는 놀이터를 만들면 좋겠다는 기획에서 프로젝트는 출발하였다. 근래 벙커를 활용한 프로젝트들이 주목을 받은 것도 한몫했다. 제주도의 빛의 벙커라든지 여의도 벙커를 고친 갤러리가 그러한 사례이다. 하지만 모두 활용 면에서 정적이고 일방향적 관람으로 동적이고 활발한 공동체 소통 공간으로 활용된 적은 없었다. 벙커라는 비일상적이고 특수한 환경에 어떻게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스포츠와 창작활동, 교육과 휴식을 위한 장소를 만들 것인지가 주어진 과제였다. 벙커라는 특별한 스케일의 공간이 가지는 특성을 활용해 모두에게 열린 ‘숲속, 우리들의 비밀기지’라는 주제 속에 입체광장, 길과 방들로 구성된 ‘작은 지하도시‘의 형식을 적용하였다. 도시의 형식이라는 것은 공적인 길과 광장을 따라 연결된 다양한 사적 용도의 방들은 시간이 흘러도 기본 골격은 유지한 채 다채로운 용도로 변용할 수 있다. 상하층으로 구획된 벙커의 바닥 일부를 해체하여 하나로 통합하고 다락을 매달아 세 개 층 공간의 깊이를 만들었다. 1층에는 가상현실을 접목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ICT 스포츠시설과 다목적 공연장이 있다. 2층으로 가면 아이들이 다양한 모임과 미디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방들을 만날 수 있다. 3층 공중에 매달은 다락 카페는 공중정원을 품는다. 벙커의 앞마당에는 경사지를 활용한 ‘숲속 문화마당’이 생긴다. 녹지화된 스탠드와 앞마당은 공연, 휴식 등 다양한 의미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열린 쉼터이다. 글 조진만 건축사사무소 조진만 건축사사무소 jo-jinman.com BUNKER 대방 청소년 문화의 집 장소 서울특별시 동작구 여의대방로36길 71 대방청소년문화의집 개관 화~토요일 09:00~21:00, 일요일 09:00~18:00 휴관 월요일, 신정, 명절, 선거일은 정기휴관 문의  02-845-0924 홈페이지 bunker.or.kra
OPENHOUSE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 강예린(서울대 건축학과) + 이치훈(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도시의 창작자들의 프로그램이 수용가능한 열린 플랫폼이자, 도시와 사람을 비추며 새로운 보행자의 시선을 증폭시켜주는 광학 장치이다. 서울로 7017로 인해서 생겨나는 중요한 도시 경험은 고가를 올려다보고 도시를 조망하는 새로운 보행자의 시점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슬’은 만리동 뒤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시각적인 도시 경험을 증폭시키는 장소다. 올려보고 내려보는 행위들 사이에 하나의 커다란 광학 장치를 두고, 사람들이 앞으로 변화될 만리동의 상들을 유희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윤슬’은 서울로 7017을 걷는 보행자들의 시각적 경험이 머무는 도착지이다. 새로운 높이에 만들어진 보행자의 시선은 만리동 광장에 이르러 작품 속으로 집중된다. ‘윤슬’은 보행자들이 작품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걸어 들어가도록 한다. 외부에서 내부로 걸어 들어가며 도시와 공원의 다양한 상이 맺히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윤슬: 서울을 비추는 만리동’은 도시경관을 다양한 상으로 반사하는 광학장치이다. 가까이 갈 수록 작품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점진적으로 도시 밖으로 보여진다. 작품의 깊숙한 내부는 비워진 공간과 휴식을 위해 앉아서 머물 수 있는 바닥이 펼쳐진다. 도시를 비추는 지붕과 비워진 공간에서 다양한 창작, 문화 행위들이 담겨진다. 야간에는 도시를 반사하던 거울이 빛을 내어 작품 내부를 밝힌다. 글 사진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건축사사무소 에스오에이(SoA) societyofarchitecture.com @soaseoul
OPENHOUSE 경리계단길,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요앞 건축사사무소) 고립된 경사지의 자생적 지속가능성 차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땅, 경사지에 있는 땅, 인접한 건물이 경계를 침범해 있는 땅, 폭이 좁고 면적이 작으며 일조량이 적은 땅. 경리계단길의 대지는 이 모든 악조건을 가진 땅이었다. 이러한 난제 속에 ‘길’의 의미에 집중해서 건축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태원의 골목길 대지의 위치는 경리단 골목길, 그중에서도 윗동네로 골목의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남산과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위태위태하게 다니던 길과 옹벽, 그리고 계단이 있다. 우리가 설계한 계단은 고립된 경사지와 기존 동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어주며, 지붕과 골목의 연장이 되기도 하며 계단의 관습적 정의를 넘어선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태원의 흔한 계단 골목길에도 법규는 적용된다. 「건축법」에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로 정의되며 대지는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물을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으로 보기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한 기능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오래된 경사지에서 살아온 주민들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기보다 대부분 ‘대규모 재개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이러한 고립된 경사대지가 지속 가능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자생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계단이 건축의 계단으로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도로와 단차가 있어서 윗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적상 도로는 끊어져 있지만 경리단길의 동네 사람들은 우리 대지의 아슬아슬한 계단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기존 길은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로 인정하고, 길의 중심에서 2m씩 밀어 4m를 확보해야 했다. 토지대장상 면적 100㎡에서 옆집으로, 도로로, 가각전제로(사실 가각전제의 법 취지는 차량 통행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0평 땅에 10평 남짓을 계단길로 내주고 나서 20평의 땅에 설계를 시작했다. 면적은 줄었지만 더더욱 ‘길’이 가진 가치에 집중했고 그것이 건축의 모든 해결책으로 작용했다. 1층은 아랫길에서 진입하거나 윗길에서 한층 내려가 들어가고, 윗길에서는 바로 2층으로 연결되고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린다. 이곳은 삼거리 골목이었는데 이제 사거리가 되었다. 3층과 4층은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4층에서는 남산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 5층부터는 계단이 방향이 바뀌며, 아랫길 더 먼 곳에서 길의 지층을 느낄 수 있도록 계단이 단면 방향으로 바뀐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임에도 외부계단은 심리적으로 더 낮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층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경리단길에서 이어진 도시의 골목 계단길은 건축의 계단길로 변화하며 길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이 경계는 어느 곳에서나 점차적이며 계단이 가지는 다양한 층위로 도시를 만난다. 민간건축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계단의 변주가 곧 건축의 입면에서 도시의 입면으로 확장된다. 외피의 두 얼굴 경리계단길의 외피는 거칠다. 예전 도시의 골목길 담장들도 거친 질감이 많다. 담장의 거친 질감을 대지 내로 끌어 쓰고 그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를 파헤며 길을 내고 싶었다. 마치 장소의 부산물인 양, 지역성의 현재처럼 자연스러운 두 개의 질감을 대치시켰다. 기술적으로는 좁은 길에서 가설공사를 하기도 어려웠고, 외줄 비계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외벽에 디테일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리계단길에는 거푸집만으로 패턴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턴 콘크리트를 써서 작업의 공정도 줄이고 안정성 또한 확보했다. 건물계단길 측면에는 테라코타 타일을 붙였다. 손에 닿는 곳은 조금 더 소프트한 느낌의 재료를 사용하고 싶었고, 만져도 괜찮고 청소도 용이한 자재를 찾았다. 테라코타 타일은 벽과 바닥에 같은 색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생산되는 몇 안 되는 재료 중 하나다. 게다가 타일을 붙이는 면에서는 계단길로 한 칸 물러나서 길 공간을 이용해 쌍줄 비계를 설치하고 붙임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구축과 재료 사용의 논리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동등한 창의 비례 경리계단길의 긴 세로 창은 정사각형의 창과 대비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계단길 쪽 입면에는 폭이 좁고 긴 창을, 차가 다니는 윗길과 만나는 입면에는 가로가 넓은 창을 구성해 길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을 마주한다. 세로로 길게 반복되는 창은 협소한 건물 내부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남산과 경리단의 풍경을 들여온다. 건물 외부의 풍경이 내부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공간이 연속되었으면 했다. 길가에 있는 여느 상점들처럼 외부의 풍경을 공유하며 협소한 내부를 극복하길 바랐다. 시공의 두려움 속 의외의 즐거움 협소하고 차가 닿지 않는 곳이라 공사계획을 세우며 견적을 내는 과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장비차량 위치를 정하고, 자재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윗길에서 누구의 것도 아닌 자투리땅을 발견하고 차량을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형장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장비를 들고 옮길 정도는 되는 공간이 운 좋게 하나씩 확보되면서 공사는 천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막상 지어지는 걸 눈으로 보니 작업자들도 수월하게 현장을 오기 시작하면서 시공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어려운 땅일수록 구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평범한 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디테일과 구축, 한계와 실험에 대한 생각이 명료한 덩어리와 물성으로 도시에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작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어낸 경리계단길은 따뜻하지만 낯설다. 이 결과물 앞에서 예상보다 많은 도시적, 건축적, 기술적인 질문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예전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숫자보다는 ‘골목 끝집’이나, ‘계단 위 붉은 대문집’처럼 그 특징적 모습으로 불렸다. 요즘의 주소나 층수, 호수 등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숫자는 경리계단길 건물에서 난독을 불러온다. 이곳이 오래된 동네의 ‘계단 위 테라스 앞집’이나 ‘윗 계단길에서 내려오면 처음 보이는 가게’처럼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계단은 끊임없는 탐구 대상이다. 사유와 공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우연한 만남을 촉발하며 도시로 뻗어나가는 파사드다. 경리계단길이 골목과 함께 천천히 오래오래 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요앞 건축사사무소 사진 류인근 요앞 건축사사무소 yoa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