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근린공원 내 공공건축물

* 천왕산 가족캠핑장, 구로 스마트팜 센터, 천왕산책쉼터 투어 프로그램입니다.

공공성을 완성하는 하나의 비전, 세 개의 건물

천왕근린공원은 1977년에 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18년까지만 해도 불법 축사, 공장, 무단경작 등으로 녹지훼손이 심각한 장기 미집행 공원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곳이다. 이에 서울시와 구로구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사유지 보상, 환경부 생태보전협력금 반환사업, 국토부 개발제한구역 생활공원 조성사업 등 여러 공모사업 방식 등을 통해 올해 봄, 생활밀착형 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약 52,000㎡의 대지에 4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족캠핑장, 생태공원, 스마트팜(도시농업체험장), 그리고 책쉼터를 최근 완공하였다. 이 사업으로 주변숲과 단절됐던 천왕산, 푸른수목원, 항동 공동주택 지역을 연결하게 되면서, 지속 가능한 도심 생태 축을 구축한 모범적 사례이다.

제일 먼저 계획된 캠핑시설은 2개의 볼륨을 루버 처마로 연결하여 가볍게 느껴지도록 계획했는데 샤워, 화장실 등 수도설비가 모여있는 볼륨과 관리시설 및 매점이 있는 볼륨으로 구성되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여 아름다운 곳으로, 캠핑장이나 산에서 내려다본 모습 또한 이질적이지 않게 지붕평면에 신경을 썼다. 
2번째로 계획된 스마트팜은 천왕근린공원에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축물이다. 8개의 균일한 크기의 박공 형태 볼륨이 일렬로 연결되어 하나의 건물을 이룬다. 그중 3칸은 버티컬 팜, 2칸은 스마트 온실, 3칸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각종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3개의 다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데, 실내에서는 투명하게 계획하여 전 구간이 한눈에 보일 수 있도록 계획하였다. 스마트팜에서 재배되는 야채는 현재 인근 지역 어르신들에게 제공하거나, 구청내 식당과 책 쉼터 카페에서 소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책쉼터가 계획되었는데, 한 장소에 카페와 도서 공간이 있음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책 쉼터 역시 건물을 2개의 볼륨으로 나눠, 한쪽은 조용히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한쪽은 소음이 부담되지 않는 카페와 책이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둘 사이 공간을 큰 방풍실로 활용하면서 후정으로 연결되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선을 나눴다. 건물 후정과 내부에서는 생태공원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내부와 외부의 교감에 주안점을 둔 목조구조물이다. 현재 운영자의 엄청난 기획력으로 많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매우 이례적으로, 하나의 공원 내에 들어가는 3개의 건축물을 모두 설계하게 되었는데, 이는 순차적으로 기획이 되면서, 프로그램은 달라도 건축의 일관적인 태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발주처의 안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천왕근린공원은 완전히 다른 기능의 3개의 건물들이 배치 의도, 주어진 환경과의 연계, 지붕형태, 재료 사용 면에서 일관성을 갖게 되었고, 건축물 하나하나는 작지만, 천왕산과 생태공원을 매개로 하나의 큰 장소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글 (주)건축사사무소 리옹 사진 이승훈, (주)건축사사무소 리옹


(주)건축사사무소 리옹
leeonarchitects.com

이소진
건축과 도시설계를 겸하고 있는 이소진은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파리의 UPA7 (Paris-Tolbiac)에서 건축사 과정을 밟았다. 파리 렌조 피아노 빌딩 워크숍(Renzo Piano Building Workshop)에서의 첫 실무경험 후 스승이자 프랑스의 대표 건축/도시 계획가인 이브 라이온(Yves Lion)과 1997년부터 10년간 다양한 규모의 건축 및 도시설계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2003년 이후 이브 라이온의 파트너 소장으로 활동했다. 파리에서의 대표작으로는 Paris Rive Gauche (secteur Massena Bruneseau) 도시재생사업, Khandama Development Project in Mecca, 그리고 파리 지구과학연구소가 있다. 
2007년에 아틀리에 리옹 서울(Ateliers Lion Seoul)을 설립하였고, 현재는 (주)건축사사무소 리옹(Leeon Architects)의 대표로 활동 중이다. 국내에서의 대표작으로는 한강 나들목 환경개선사업, 영주시 삼각지 마스터플랜(국토 해양부 건축시범사업), 윤동주 문학관, 삼청공원 및 배봉산 숲속도서관, 천왕산 스마트팜과 책쉼터, 강감찬도시농업센터등 다수의 공원 내 프로젝트들과 현재 진행 중인 국회대로 상부공원화 사업 등이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젊은건축가상(2012), 서울시건축상 대상(2014) 및 최우수상(2022)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