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HOUSE

9로평상

곽희수(이뎀건축사사무소)

2024년 10월 31일 3:00PM
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34
참가비 10,000원
사진_김재윤
사진_김재윤
사진_김재윤
사진_김재윤

풍경을 모으고 풍경을 조망하는 플랫폼, 9로평상

이름 그대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네 어귀의 그 평상이다.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주변 공원의 고즈넉한 경치도 조망하고, 쉴 새 없는 도시의 부지런한 움직임도 관조한다. 여러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고도 남을 넉넉한 평상들이 수직과 수평으로 질서정연하게 나열된 채, 풍경을 모으고 풍경을 조망하는 플랫폼처럼 자리하고 있다.

9로평상은 로스터리를 품고 있는 대형 카페로 서울시의 항동공공택지지구 동측 말단부에 위치한다. 35m 도로를 경계로 대지 북측에 공립 수목원이 인접해 있다. 연간 50여만 명이 이용하는 도심형 공원으로 도서관, 식물원, 잔디 광장, 다양한 테마 정원 등을 갖추고 있다. 뉴욕 브라이언트 공원 면적의 3배에 달하는 도심 공원이 곁에 있다는 사실은 조망 중심의 공간이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전 층에 걸친 전망 프로그램을 위해 스탠드형 평상이 제안된 이유다.

전통 목재 가구의 일종인 평상이 이곳에서는 건축 공간과 한 몸으로 일체화된 콘크리트 가구로 번안되어 소개되고 있다. 가로와 높낮이를 같이하는 공동체 마당, 3층과 4층을 연결하는 평상 스탠드, 4층과 루프탑을 연결하는 외부 계단, 루프탑 평상 등은 분리된 각 층 사이에 물리적 및 정서적 연속성과 일체감을 부여한다. 동시에 이들 각각의 공간은 층을 오르내릴 때마다 혹은 평상 자리가 달라질 때마다 조망점에도 큰 변화를 동반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별히 4층 외부 공간과 루프탑에는 온돌 평상이 구현되어 있다. 외부 평상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계절의 한계를 보완하고, 더불어 사용자가 건축과 체온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정서적 사유를 유도하기도 한다.

기계로 채워지는 공장과 테이블 중심의 카페, 성향이 각기 다른 두 영역이 독립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 관계를 모색하고자 선택한 요소는 ‘유리’다. 투명한 재질의 특성을 한껏 살려 ‘유리 속 유리’의 개념으로, 두 개의 유리 분리막이 각기 다른 조건과 성향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또, 동시에 서로 관통하고 있다. 공장 안의 소음을 막고 온도를 지키는 등 민감한 작업 환경을 물리적으로 막는 한편, 시각적으로는 직접적인 관람을 유도하여 신뢰를 끌어낸다. 공장 내의 작업자에게도 투명한 유리 분리막은 효과적이다. 외부를 향해 시야가 열려 있어 인근 수목원의 사계절과 하루해의 변화를 고스란히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평면적으로 병존하는 두 공간은 각기 다른 층고와 다른 단면을 갖고 있어서 관람 지점에 따라 특별한 공간을 경험하게 된다. 3층 바는 복층형 공장의 상부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디자인이고, 상부 벽은 두 면과 모서리를 개방하기 위해 설계된 현수 구조이며, 기다란 수평 창은 공장의 생산 과정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치다.

건축 전체를 아우르는 평상의 개념은 ‘공동체 평상’의 이름으로 지층의 가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사유지임에도 작은 공공성에 관한 사회적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의 소모임, 보행자 쉼터, 작은 음악회 등 평상을 중심으로 공동체 프로그램이 자연스레 작동하면서 이웃 주민들의 호응과 지지를 받고 있다.

글  곽희수  사진  김재윤


이뎀건축사사무소
idmm.kr

사진_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곽희수는 홍익대학교를 졸업하고 2003년 서울을 기반으로 이뎀건축사사무소(IDMM Architects)를 개업했다. 그는 중앙일보 「건축가 곽희수의 단편 도시 」칼럼리스트로 활동한 바 있으며, 끊임없이 발생하는 도시 현상을 근거로 건축적 해독을 시도하고 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아키타이저 A+ 어워드(Architizer A+ Awards 2024) 특별상, 아키텍처 마스터 프라이즈(Architecture Master Prize 2023), 아메리카 아키텍처 골드 프라이즈(American Architecture Gold Prize 2016), WA 건축상(World Architecture Award) 6회 수상, A-Awards (ARENA HOMME+ 2017), 2016 자랑스러운 홍익인상, 제39회 한국건축가협회상,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 3회 수상, 2023 대한건축학회 작품상 등이 있다.

 

설계자: 곽희수 (주)이뎀건축사사무소
위치: 서울특별시 구로구 서해안로 2134  (항동)
용도: 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1,045.2㎡
건축면적: 613.2㎡
연면적: 1,486.24㎡
규모:  지상 4층
높이: 23.38m
건폐율: 58.67%
용적률: 142.2%
구조: 철근콘크리트
시공: 이백화 (주)제효
건축주: 주식회사 코이너스인터내셔날

Map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34
건축가곽희수(이뎀건축사사무소)
건축주유일규
일시2024년 10월 31일 3:00PM
위치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34
집합 장소서울 구로구 서해안로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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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T YOURSELF 경리계단길, 류인근, 김도란, 정상경(요앞 건축사사무소) 고립된 경사지의 자생적 지속가능성 차가 닿지 않는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땅, 경사지에 있는 땅, 인접한 건물이 경계를 침범해 있는 땅, 폭이 좁고 면적이 작으며 일조량이 적은 땅. 경리계단길의 대지는 이 모든 악조건을 가진 땅이었다. 이러한 난제 속에 ‘길’의 의미에 집중해서 건축물의 가치를 끌어올리고자 했다. 이태원의 골목길 대지의 위치는 경리단 골목길, 그중에서도 윗동네로 골목의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남산과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이 위태위태하게 다니던 길과 옹벽, 그리고 계단이 있다. 우리가 설계한 계단은 고립된 경사지와 기존 동네의 모호한 경계를 이어주며, 지붕과 골목의 연장이 되기도 하며 계단의 관습적 정의를 넘어선다. 하지만 다양성이 존재하는 이태원의 흔한 계단 골목길에도 법규는 적용된다. 「건축법」에서 도로는 ‘보행과 자동차 통행이 가능한 너비 4m 이상의 도로’로 정의되며 대지는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 도시와 건축물을 ‘사람’이 살아가는 바탕으로 보기보다 효율적인 차량 통행을 위한 기능적 대상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의 오래된 경사지에서 살아온 주민들도 새로운 건축을 시도하기보다 대부분 ‘대규모 재개발’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우리는 이러한 고립된 경사대지가 지속 가능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 자생적인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계단이 건축의 계단으로 처음 대지에 갔을 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지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고, 도로와 단차가 있어서 윗길에서는 보이지도 않았다. 지적상 도로는 끊어져 있지만 경리단길의 동네 사람들은 우리 대지의 아슬아슬한 계단으로 통행하고 있었다. 기존 길은 오랫동안 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현황도로로 인정하고, 길의 중심에서 2m씩 밀어 4m를 확보해야 했다. 토지대장상 면적 100㎡에서 옆집으로, 도로로, 가각전제로(사실 가각전제의 법 취지는 차량 통행을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30평 땅에 10평 남짓을 계단길로 내주고 나서 20평의 땅에 설계를 시작했다. 면적은 줄었지만 더더욱 ‘길’이 가진 가치에 집중했고 그것이 건축의 모든 해결책으로 작용했다. 1층은 아랫길에서 진입하거나 윗길에서 한층 내려가 들어가고, 윗길에서는 바로 2층으로 연결되고 3층으로 올라가는 길이 열린다. 이곳은 삼거리 골목이었는데 이제 사거리가 되었다. 3층과 4층은 풍경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4층에서는 남산의 풍경이 열리기 시작한다. 5층부터는 계단이 방향이 바뀌며, 아랫길 더 먼 곳에서 길의 지층을 느낄 수 있도록 계단이 단면 방향으로 바뀐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임에도 외부계단은 심리적으로 더 낮게 느끼는 경향이 있어 층수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경리단길에서 이어진 도시의 골목 계단길은 건축의 계단길로 변화하며 길의 경계는 흐릿해진다. 이 경계는 어느 곳에서나 점차적이며 계단이 가지는 다양한 층위로 도시를 만난다. 민간건축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계단의 변주가 곧 건축의 입면에서 도시의 입면으로 확장된다. 외피의 두 얼굴 경리계단길의 외피는 거칠다. 예전 도시의 골목길 담장들도 거친 질감이 많다. 담장의 거친 질감을 대지 내로 끌어 쓰고 그 거친 질감의 콘크리트를 파헤며 길을 내고 싶었다. 마치 장소의 부산물인 양, 지역성의 현재처럼 자연스러운 두 개의 질감을 대치시켰다. 기술적으로는 좁은 길에서 가설공사를 하기도 어려웠고, 외줄 비계를 설치할 수밖에 없어 외벽에 디테일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경리계단길에는 거푸집만으로 패턴 작업을 할 수 있는 패턴 콘크리트를 써서 작업의 공정도 줄이고 안정성 또한 확보했다. 건물계단길 측면에는 테라코타 타일을 붙였다. 손에 닿는 곳은 조금 더 소프트한 느낌의 재료를 사용하고 싶었고, 만져도 괜찮고 청소도 용이한 자재를 찾았다. 테라코타 타일은 벽과 바닥에 같은 색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생산되는 몇 안 되는 재료 중 하나다. 게다가 타일을 붙이는 면에서는 계단길로 한 칸 물러나서 길 공간을 이용해 쌍줄 비계를 설치하고 붙임공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구축과 재료 사용의 논리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동등한 창의 비례 경리계단길의 긴 세로 창은 정사각형의 창과 대비된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계단길 쪽 입면에는 폭이 좁고 긴 창을, 차가 다니는 윗길과 만나는 입면에는 가로가 넓은 창을 구성해 길을 지나는 차량과 사람들을 마주한다. 세로로 길게 반복되는 창은 협소한 건물 내부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남산과 경리단의 풍경을 들여온다. 건물 외부의 풍경이 내부와 긴밀하게 연결되며 공간이 연속되었으면 했다. 길가에 있는 여느 상점들처럼 외부의 풍경을 공유하며 협소한 내부를 극복하길 바랐다. 시공의 두려움 속 의외의 즐거움 협소하고 차가 닿지 않는 곳이라 공사계획을 세우며 견적을 내는 과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장비차량 위치를 정하고, 자재를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윗길에서 누구의 것도 아닌 자투리땅을 발견하고 차량을 임시로 주차할 수 있는 크지 않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대형장비는 아니지만 소소하게 장비를 들고 옮길 정도는 되는 공간이 운 좋게 하나씩 확보되면서 공사는 천천히 진행되기 시작했다. 상상 속에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막상 지어지는 걸 눈으로 보니 작업자들도 수월하게 현장을 오기 시작하면서 시공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어려운 땅일수록 구축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평범한 땅보다 훨씬 더 소중하다. 디테일과 구축, 한계와 실험에 대한 생각이 명료한 덩어리와 물성으로 도시에 확고하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현장의 작업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지어낸 경리계단길은 따뜻하지만 낯설다. 이 결과물 앞에서 예상보다 많은 도시적, 건축적, 기술적인 질문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예전 우리 도시의 건축물들은 숫자보다는 ‘골목 끝집’이나, ‘계단 위 붉은 대문집’처럼 그 특징적 모습으로 불렸다. 요즘의 주소나 층수, 호수 등에서 편리하게 쓰이는 숫자는 경리계단길 건물에서 난독을 불러온다. 이곳이 오래된 동네의 ‘계단 위 테라스 앞집’이나 ‘윗 계단길에서 내려오면 처음 보이는 가게’처럼 풍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계단은 끊임없는 탐구 대상이다. 사유와 공유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우연한 만남을 촉발하며 도시로 뻗어나가는 파사드다. 경리계단길이 골목과 함께 천천히 오래오래 나이 들어가기를 바란다. 글 요앞 건축사사무소 사진 류인근 요앞 건축사사무소 yoap.kr